김경호 딜로이트 안진 회계감사본부 파트너



(서울=연합인포맥스) 지난 6차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금융위원회는 그동안 허용되지 않았던 증권형 토큰, 즉 토큰 증권(Security Token)의 발행을 허용하고 안전한 유통체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일단 증권형 토큰의 용어가 '토큰증권'으로 공식화되면서 용어상 의미의 방점은 '증권'에 찍힌 것으로 보인다.

관련된 금융위원회의 보도자료에는 '토큰증권은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해 자본시장법상 증권을 디지털화한 것을 의미한다'고 언급되어 있다. 즉, 토큰증권은 개념적으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NFT 등과 같은 디지털자산인 동시에 증권인 것이다.

증권으로 분류되지 않는 디지털자산은 국회에서 입법이 추진되고 있는 '디지털 기본법'의 규제 대상이 될 예정이지만, 토큰증권은 일반적인 다른 증권들과 같이 '자본시장법'의 규제 대상이 된다. 역시나 '증권'의 성격이 규제에 있어 다른 특성보다 먼저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금융업은 대표적인 규제산업이다. 산업 자체가 관련된 법률 등에 따라 촘촘하게 규제되며 필요하면 엄격한 절차를 반드시 따라야 한다. 금융산업의 특성상 발생할 수밖에 없는 정보의 비대칭 등의 문제로부터 투자자를 포함한 다양한 참여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엄격한 규제는 그 해석 및 적용의 보수적인 경향으로 인해 때때로 기존의 규제로는 새로운 형태의 거래를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따라서 적절한 규제가 산업의 발전 속도보다 늦게 도입될 경우 루나 및 FTX 사례와 같이 규제의 사각지대가 생겨 피해자가 발생하기도 하고 규제의 불명확성으로 인해 의도치 않은 법률 위반이 발생하기도 한다.

투자 방식 및 형태의 변화와 그에 따른 증권의 종류는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지분증권, 채무증권, 파생결합증권 및 증권예탁증권 등과 같은 정형적인 증권과 함께 최근 등장한 비금전신탁 수익증권 및 투자계약증권 등과 같은 비정형적 증권이 있다. 사실 시장에는 더 많은 종류의 증권이 존재한다.

이러한 증권들의 발행은 실물증권, 전자증권 그리고 토큰증권 형태 모두가 가능하다. 다만 시장이 증권의 특성에 맞게 더 효율적인 증권 형태로 발행되고 거래되는 것을 선호할 뿐이다. 토큰증권은 증권의 내용을 중앙집권식 계좌부에 기재하는 전자증권과 달리 분산원장에 기재하기 때문에, 만약 비정형적인 증권을 소액 발행하는 경우에는 전자증권보다 토큰증권의 형태가 더 효율적일 수 있다. 즉, 시장은 효율성 측면에서 이러한 형태의 거래를 기존의 전자증권보다 토큰증권을 통해 거래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다만, 불필요한 시장의 사회적 비용을 줄이려면 명확한 규제와 이에 대한 시장의 준비가 필요하다. 얼마전 조각투자 이슈를 시장에 던진 ㈜뮤직카우의 청구권에 대한 금융위원회의 투자계약증권 판단과 같은 최근 사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회사는 6개월간의 제재 보류 기간을 거쳐 조건부로 제재는 면하긴 했다. 하지만 투자계약증권에 대한 시장 참여자들의 명확한 이해가 없는 상황에서 회사 영업이 시작된 이후 5년이 지나서야 규제기관의 개입이 시작되면서 결국 시장의 혼란은 17만 투자자 몫이 됐다.

현재 많은 산업계와 기업의 경영환경이 디지털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렇게 하는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금융기관도 예외는 아니다. 금융기관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다만, 자산의 디지털화는 아직까지도 매우 조심스러운 영역이다. 디지털 자산이 투자자 보호와 직접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이 시장에 나온 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관련된 여러 산업들에 대한 규제가 충분히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는 동안에 시장에서는 상당수의 가상자산들이 증권성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로 적절한 관리없이 거래되고 있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리플사의 XRP에 대한 증권성 여부에 대한 판단은 몇 년째 진행 중이고 얼마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스테이블 코인인 'Paxos BUSD'를 증권으로 등록해야 한다고 밝혀 시장에 또 한 번 충격을 준 바 있다. SEC는 70년 전에 만들어진 'Howey test'를 통해 가상자산의 증권성 여부를 판단하면 된다고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이 기준이 명확하지도, 적절하지도 않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번 토큰증권발행에 대한 금융위원회의 법률 개정안은 조각투자와 같이 시장에 수요가 있는 디지털 자산의 제도권 편입 시도라는 부분에 있어 그 의의가 있다.

관련 전자증권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안 제출은 올해 상반기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후 후속 법령 개정 작업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법 개정 전이라도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토큰증권의 발행 및 유통을 테스트할 계획도 있음을 언급했다. 금융산업에서 일어나고 있는 자산의 디지털화 및 관련 시장에 대한 시의적절한 규제는 투자자 보호뿐 아니라 연관 산업 및 기술의 발전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모인 시장은 언제나 적절한 제도가 필요함을 인지해야 한다. (김경호 딜로이트 안진 회계감사본부 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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