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이규선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3월 이후 물가상승률이 4.5% 이하로 내려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 총재는 7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 출연해 "3월 이후 물가가 4.5% 이하로 내려가지 않을까 기대한다"며 "연말에는 3% 초반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배럴당 70~80달러 수준의 국제 유가를 예상하고 있지만 90달러 이상 상승할 가능성 등 많은 불확실성이 있고, 공공요금도 물가 관련 불확실성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6월 정도까지는 저희 전망이 맞겠지만 그 뒤로는 변수들이 어떻게 변하는지 보고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경기는 상반기까지 악화하다가 3분기부터 조금씩 반등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보는 2%를 넘는 수준의 반등이 아니라 완만한 회복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총재는 작년 12월에 비해 경기에 긍정적인 요소가 많아졌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성장률 전망 상향과 유럽의 따뜻한 기후, 고용지표로 확인되는 미국의 견조한 경기 등이 원인이다.

이 총재는 그동안의 금리 인상 기조에 대해 "고물가가 고착되면 경제 전반에 더 큰 손실이 초래되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서는 금리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이어 "국내외 불확실성 요인들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우리 경제가 조속히 안정될 수 있도록 정교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현재 금융통화위원회 내 중론은 3개월 단위로 주요국의 금리 결정과 데이터를 보면서 결정하자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지난번 금통위 결정할 때 여섯 분 중 다섯 분이 3개월 내 현재 3.5% 금리에서 3.75%까지 올라갈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자고 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어 "3개월 뒤 어떤 결정할지 내부적 분석이 있지만 금융통화위원 대부분의 의견은 앞으로 나오는 주요국 금리 결정과 데이터를 보며 결정하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4월 금통위까지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캐나다중앙은행(BOC), 일본은행(BOJ)의 결정 등 많은 이벤트가 있어 이를 고려하겠다고 설명했다.

물가목표제를 3% 수준으로 올리는 문제에 대해서는 현재 시점에서는 확고하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기대인플레이션을 높이는 영향을 줄 수 있고,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만 목표를 상향할 경우 환율 절하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3% 수준의 물가 목표에 대해 전 세계적인 토론이 진행 중이라며 현재 물가 상황이 끝난 다음 논의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부동산 시장 전망에 대해 고령화를 고려할 때 부동산 불패라는 과거 트렌드가 계속될 것인지 다시 고민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는 "다행스럽게 최근 연착륙 가능성이 보이지 않느냐"고 반문한 뒤 "그런 쪽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현재 가계부채의 연체율이 낮지만 팬데믹 기간에 대출 만기를 연장해 준 정책도 있기 때문에 앞으로 연체율이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가계부채가 경제위기를 금방 가져올 요인은 아니지만 높은 가계부채 때문에 가계 소비가 제약되고 가뜩이나 낮아지는 경제 성장 잠재력을 낮추는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정부와의 협력과 소통에 대해서 이 총재는 자신의 원칙을 피력했다.

그는 "해외에 있으며 중앙은행과 정부가 정책을 같이 논의하는 것을 많이 봤다"며 "독립성이 걱정되면 제 임기가 끝났을 때 어떤 결정했는지 판단해 달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은행 과점 체제에 대한 정부의 견제에 대해 "은행은 면허받고 하는 산업"이라며 "과점 체제에서 생기는 부작용을 막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다만 은행 대출이 대부분 변동금리인 문제를 초장기 국채선물 등을 통해 관리가 가능하도록 만드는 등 당국과 은행의 구조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금통위 이후 달러-원 환율이 급등했다는 지적에 대해 이 총재는 달러 강세가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금리동결 이후 환율이 변화한 것은 금리 동결 때문이라기보다 미국의 통화정책 기대가 급격히 변하며 전 세계적으로 강달러가 일어난 것"이라며 "그 뒤 환율이 다소 떨어진 것은 중국 경제의 오픈 등 중국 경제가 상승한다는 뉴스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올해 성장률을 5.5% 목표로 한다는 발표가 있었다면 환율이 더 떨어졌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환율의 특정 수준보다는 쏠림을 염두에 두고 대응한다며 내외 금리차의 부작용도 고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업구조에 대해서는 제조업체들의 해외 진출이 불가피한 흐름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는 고용 문제가 악화할 수 있지만 이는 규제 완화를 통해 새로운 산업을 발전시켜 지원해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가상화폐 기술도 새로운 산업으로 연결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 총재는 "전국민의 16%가 가상화폐 계좌를 가진 것에 대해 우려가 크다"면서도 "가상화폐 기술로 새로운 산업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한국은행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또 챗GPT는 '게임체인저'라고 생각한다며 인공지능 플랫폼에서 한국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우세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한글 문서를 영어로 번역해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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