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대표소송, 수책위 일원화는 이번에도 부결

(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국민연금이 주주활동 방향을 결정하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서 금융·투자 전문가 비중을 늘린다. 현재 수책위는 가입자 단체가 추천한 사람만 위촉할 수 있어 관계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는데 이를 보완하겠다는 취지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는 7일 오후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올해 제1차 회의를 열고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운영규정 개정안'을 심의·의결하며 이같이 결정했다.

기금위는 "현행 수책위는 가입자 단체 추천을 받은 사람만 위촉할 수 있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구성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이번 개정으로 총 수책위 위원 9인 중 3인은 관계 전문가 단체로부터 추천을 받을 수 있어 자산운용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를 폭넓게 위촉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수책위는 국민연금이 보유한 상장 주식에 대해 주주권 및 의결권 행사, 책임투자 활동 등을 결정하기 위해 2018년 도입된 기금위 산하 전문위원회다. 사용자 단체와 근로자 단체, 지역가입자 단체 등에서 각각 2명씩 추천한 6인과 상근전문위원 3명까지 합쳐 총 9인으로 구성된다.

지난 2월로 임기가 만료된 직전 수책위는 위원 9명 중 6명이 법률가·회계사로 구성돼 금융 관련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번에 기금위에서 논의한 안건은 각 단체 추천으로 위촉되는 인사를 1명씩 줄이는 대신 3명의 여유분을 금융·투자 전문가로 채우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수책위의 관계 전문가 인력을 위촉하기에 앞서 주요 금융 관련 전문 협회 등으로부터 인사 추천을 받았다.

기금위의 이같은 결정에 이날 회의장에서 잠시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각 단체의 추천자 몫이 줄어들다 보니 민주노총·한국노총 등 근로자 대표 기금운용위원 중 일부가 이에 강하게 항의하면서 퇴장했고 그 과정에서 불만 섞인 고성이 나왔다. 이 때문에 기금위가 중단되면서 이날 회의는 마무리되는 데 2시간 반이나 걸렸다.

또 이날 회의에선 이번 달 소유분산 기업의 주주총회 때 수책위가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국민연금의 의결권은 기금운용본부 투자위원회가 기본적으로 방향을 정하지만 찬반 결론을 내기 어렵거나 수책위원 3분의 1 이상이 요구할 경우 수책위가 내린 결정을 국민연금이 따르는 방식을 취한다.

다만 올해 수책위원장은 검사 출신인 한석훈 상근전문위원이 맡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검사 출신 비전문가가 수책위원장을 맡자마자 국민연금 의결권 방향을 총괄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우려다.

법무법인 우리의 선임변호사 출신인 한 위원은 사용자 단체 추천으로 상근위원이 됐지만, 검사 출신이라는 점이 부각되며 적절성 논란을 낳았다. 복지부는 수책위원장 및 수책위원 선임을 이번 주중에 마무리할 예정이다.

한편 기금위는 이날 주주대표소송의 결정 주체를 수책위로 일원화하는 안건 등에 대해선 위원 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밖에 기금위는 '2023년 자산군별 목표 액티브위험 배분결과'와 '2022년도 12월 말 국민연금 기금운용 현황' 등을 보고받았다.

복지부 장관과 팻말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7일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열린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뒤에는 시민단체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회원들과 팻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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