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노조, 정치권 등 외부 인사 대표 선임 방지 주주제안
11월 윤종규 회장 임기 만료 앞두고 관치 논란 재연 가능성에 '술렁'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이수용 기자 =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임기 만료 전 마지막 주주총회가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KB금융 노동조합이 '낙하산 회장' 선임을 방지하는 정관 개정을 주주제안으로 내놓으면서 실현될 지 주목된다.

지난해 말 이후 주요 금융지주 회장 교체 과정에서 금융당국의 노골적인 개입에 따른 관치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노조가 윤 회장의 임기 만료 이후 재연될 수 있는 논란에 사전적으로 대응하려는 차원으로 보인다.

다만,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이 노조 제안에 반대하고 있어 상당 수의 외국인 주주들이 노조의 입장에 동조할지는 미지수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그룹 노동조합협의회는 이달 24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낙하산 방지' 관련 정관개정을 주주 제안했다.

노조는 '최근 5년 이내에 청와대, 행정부, 사법부, 국회, 정당 등에서 상시 종사한 기간을 합산해 1년 이상인 자는 최종 퇴직일부터 3년 동안 대표이사로 선임할 수 없다'는 내용을 정관에 넣을 것을 주장하고 있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의한 소수주주의 권리행사를 위한 특례 조항에 따르면 발행 주식 총수의 0.1% 이상을 보유할 경우 주주제안 안건 상정이 가능하다.

KB노조 관계자는 "다른 금융권과 비슷하게 관직을 거친 인사가 회장으로 오게 되면 관치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주주 제안하게 됐다"며 "정권과 관련이 있는 사외이사 선임 등의 사례도 많아질 수 있어 금융사 경영에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조가 이런 주주제안을 하게 된 배경엔 최근들어 다른 금융지주 회장 선임 과정에서 관치와 낙하산 이슈가 강조됐기 때문이다.

농협금융지주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캠프 좌장을 맡았던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을 회장으로 선임했고, 우리금융지주는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회장에 내정됐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도 3연임 예상을 깨고 용퇴하기로 했고, 지난 7일 임기가 남은 이원덕 우리은행장도 갑작스럽게 사의를 표명하면서 금융권 수장들의 물갈이는 현재진행형이다.

일각에서는 오는 11월 임기가 끝나는 윤종규 회장이 조기에 퇴임할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윤 회장은 지난 2014년 11월부터 지금까지 세 차례에 걸쳐 회장직을 연임했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지배구조를 지적하며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의 연임에 부정적인 것을 고려하면 윤 회장은 이번 임기를 끝으로 물러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진다.

KB금융이 낙하산 인사에 더 예민할 수밖에 없는건 과거 가슴 아픈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KB금융은 초대 회장인 황영기 회장부터 어윤대,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까지 외부인사가 내려오면서 '낙하산 천국'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특히 2014년 임영록 당시 KB금융 회장이 주전산기를 IBM에서 유닉스로 교체하려고 했으나 이건호 국민은행장과 정병기 상임감사가 제동을 걸면서 첨예한 갈등을 겪었고, 결국 회장과 행장, 상임감사가 모두 사퇴하는 'KB사태'가 벌어진 것도 낙하산 인사가 시초가 됐다.

이 같은 아픈 역사 때문에 KB금융 내부에서는 차기 회장 선임 과정에서 또다시 논란이 불거질까 우려하고 있다.

KB금융은 윤 회장 부임 이후 안정적인 경영 승계를 위해 자체적으로 최고경영자 경영 승계 후보자군을 상시 관리하고 있다.

2022년 KB금융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KB금융은 작년 하반기 기준 내부 10명, 외부 10명 등 총 20명의 후보자군을 두고 있다.

또 일찌감치 지주 내 3명의 부회장과 1명의 총괄부문장 체제로 후계자 구도를 갖춰 경영승계의 예측 가능성을 높였다.

이번 '낙하산 방지' 정관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윤 회장의 퇴임 이후 경영 승계의 우려를 덜어낼 수 있을 것으로 노조는 기대하고 있다.

다만 주주제안 안건이 주총에서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KB금융 노조는 지난 2018년 주총에서도 공직 또는 정당 활동에 상시 종사한 기간을 합산해 2년 이상인 자를 최종 퇴직일로부터 3년 동안 이사로 선임할 수 없다는 정관 개정을 상정했지만 부결된 바 있다.

KB노조의 새 집행부 임기가 이달부터 시작된 점 등을 감알할? 외국인주주 등 주총 의결권 모집에서도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도 최근 KB금융그룹 관련 보고서에서 낙하산 방지 정관 변경 안건에 대해 주주들에게 반대표를 던지라고 권고했다.

ISS는"노조는 정부의 영향력 등 그들이 주장하는 우려에 대한 설득력 있는 충분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KB금융 관계자는 "낙하산 방지 규정은 주주 차원에서 제안한 것으로 주총을 통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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