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 지분 5.48% '캐스팅보드' 될지 촉각
신한銀 "경영 참여 안 하겠다" 각서…의결권 행사 안 할 수도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KT가 차기 대표이사(CEO) 선임을 앞두고 진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2대 주주인 현대자동차그룹이 KT 정기주주총회에서 반대표를 던질 것을 시사하면서 3대 주주 신한은행의 행보도 주목된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내정자가 신한은행장 시절인 지난해 신한은행은 KT와 지분 맞교환을 통한 디지털 혈맹을 맺고 공동사업을 전개하는 등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 왔다.

당시 신한은행이 확보한 KT 지분은 5.48%에 이른다.

다만, 신한은행은 "단순투자 목적으로 경영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현재로선 KT 주총에 적극 참여해 의결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상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오는 31일 KT 주총에서 대표이사 후보인 윤경림 사장과 사내이사 후보 3명을 선임하고, 현직 사외이사 후보 3명을 재선임하는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 여부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3대 주주, 윤경림 대표 선임 '찬성'할까…정부 눈치도

신한은행은 국민연금(10.12%)과 현대차그룹(7.79%)에 이어 KT의 3대 주주다.

지난해 1월 신한은행과 KT는 미래성장 디지털전환(DX) 사업협력을 위해 약 4천375억원 씩을 들여 지분을 맞교환했다.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에 맞서 커머스와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하기 위해 업의 영역을 뛰어넘어 디지털 신사업을 벌이려는 두 회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신한은행은 일본 NTT도코모가 보유하고 있었던 KT 주식 전량을 인수하며 총 5.48%의 지분을 확보했다.

이후 신한은행은 KT와 공동점포를 오픈하는 등 인공지능(AI)과 메타버스 기반 융합서비스, 공인전자문서 사업 등 23개 공동사업을 추진하며 '우호적 지분'으로 분류돼 왔다.

하지만 최근 'KT맨'인 윤경림 사장이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낙점된 뒤 여당과 대주주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는 등 논란이 잦아들지 않으면서 신한은행도 고민에 빠졌다.

더욱이 현대차가 지난 8일 "대표이사 선출과 같은 주요 안건에는 일정 지분 이상을 가진 대주주의 뜻이 반영돼야 한다"는 의견을 KT 측에 전달하면서 주요 주주들의 행보가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언급한 대주주를 국민연금으로 해석하고 있다.

즉, 국민연금이 구현모 현 대표의 연임을 반대하며 KT의 지배 구조 개선과 CEO 선임 과정 투명성 등에 문제를 지적하는 데 공감한다는 의미다.

국민연금이 윤경림 사장에 대한 입장을 낸 적은 없지만, 정부 여당 등의 입장을 반영해 주총에서 반대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현대차도 국민연금과 행보를 같이 하겠다는 의사를 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2대 주주이기도 하다.

국민연금과 현대차가 보유한 KT 지분은 약 17.32%에 달한다. 42%가 넘는 외국인 투자자의 선택도 변수이지만, KT 입장에선 '큰 손' 신한은행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신한금융도 국민연금(7.96%)이 최대주주로 있는 만큼 정부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다.

◇신한銀 "경영참여 안 한다"…스튜어드십 코드도 고려

신한은행은 지난해 지분 맞교환 당시 금융위원회로부터 승인 받으면서 'KT 경영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조건에 동의했다.

이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상대 업종을 소유·지배하는 것을 금지하는 원칙(금산분리)에 따른 것으로, 일정 지분을 소유할 수 있다 하더라도 경영 참여 목적으로는 불가능하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KT가 주요 주주들로부터 최적의 KT 대표이사 상(像) 등 대표이사의 자격요건에 대한 의견을 수렴할 당시에도'디지털 발전에 대한 지식과 혜안을 가지고 있으며 연결과 융합, 비금융과의 접목에 대한 식견 갖춘 인물이 적합하다'는 정도의 의견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은 또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하고 있는 '스튜어드십 코드'도 고려하고 있다.

신한금융 고위관계자는 "스튜어드십 코드 중에는 '주식을 상호 보유했을 경우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다"면서 "소액주주의 이익에 반할 수 있다는 우려로, 국내에서는 아직 적용되고 있지 않지만, 해외에서는 강하게 지키고 있기 때문에 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해외 주주의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이를 무시하고 특정 회사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면서 "금융회사가 특정 기업의 편을 든다는 게 주주들을 무시하는 행위로 여겨질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KT 대표이사 선임 논란에 휩쓸리지 않고 최대한 중립을 지키려는 분위기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은 또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가KT 대표이사 선임과 관련한 의견을 내올 경우 이 또한 고려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통령의 '돈잔치' 비판에서 시작된 정부의 은행 개혁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 신한은행 입장에선 고민이 더 있을 수도 있겠지만, 정치적인 선택이 오히려 악수가 될 수도 있다"면서 "원칙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내정자(왼쪽)와KT 경영기획부문장 박종욱 사장이 지난해 1월17일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 후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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