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금융당국이 13일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과 관련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하면서도 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에 대비해 건전성·유동성 점검 강화 등 시장 단속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김주현 금융위원장 주재로 이날 오전 금융시장 현황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SVB, 시그니처은행의 폐쇄 조치 등과 관련한 금융시장 동향 및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김 위원장은 "SVB 사태 이후 미국 재무부 등이 실리콘밸리은행 등의 예금 전액 보호조치를 발표하는 등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면서 "아직까지는 동 사태가 금융권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시각이 우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만큼 관계부처·관계기관과 함께 국내·외 금융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해 달라"면서 "금융시스템을 재점검하면서 긴장을 늦추지 말고 필요시에는 신속한 시장안정조치를 시행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이날 오전 업권별 감독부서, 뉴욕사무소 합동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미국 SVB 사태가 국내 금융회사에 미칠 영향을 점검했다.

이 원장은 "이번 사태는 SVB의 특수한 영업구조가 최근 금융긴축 과정과 맞물려 발생한 경우"라며 "미국 정부 및 감독 당국이 SVB의 모든 예금자를 보호하기로 조치함에 따라 시스템적 리스크로 확대될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국내 은행 등 금융회사는 자산부채 구조가 SVB와 다를 뿐만 아니라, 양호한 자본비율 및 유동성비율과 견조한 수익성 등 근본적 차이를 감안할 때 일시적 충격에 견딜 수 있는 상당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국공채 보유 비중이 높은 일부 금융회사의 경우에도 보유 만기(듀레이션)가 길지 않고 최근 금리상승기에 투자된 비중이 높아 금리상승이 채권평가에 미치는 영향이 이미 반영되어 있어 추가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다"라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그러면서도 "유사한 영업구조를 갖는 미국 내 금융회사 등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등 당분간은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을 경계감을 갖고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회사별로 마련된 비상자금조달계획 점검을 강화할 것을 지시했다.

또 부동산 PF 및 대출 연체율 등 자산건전성과 자본 적정성을 점검하고, 위기 국면에도 문제가 없는 수준의 유동성과 손실 흡수능력을 갖춰 나가도록 하는 한편, 미국 등 현지 감독당국과의 소통, 협력 채널을 최대한 가동해 나가도록 조치했다.

앞서 지난 9일(현지시간) SVB는 고객들의 예금 인출로 유동성이 부족해지자 보유한 만기 전 채권을 급하게 매각해 대규모 손실을 입고 자금조달에 실패하자, 그 다음날 미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은 불충분한 유동성과 지급불능을 이유로 SVB를 폐쇄하고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파산 관재인으로 임명했다.

미국 정부는 SVB 파산의 여파 확산을 막기 위해 12일(현지시간) 공동성명을 내고 SVB의 고객 예금을 보험 대상 한도와 상관 없이 전액 보증하기로 한 상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3일 금융시장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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