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내년 22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조만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본인이 거듭 출마설을 부인하는 발언을 내놓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라는 점에서 결국 총선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이어지자,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윤심복심(尹心卜心)'이라 불릴 정도로 윤 대통령의 최측근인 만큼 이 원장의 거취는 금융권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최대 관심사다.

하지만 이 원장은 최근 금감원장의 '임기'를 모두 채우겠다면서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을 생각이 없음을 명확히 한 것으로 전해진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원장은 최근 임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7월 퇴임설 등이 계속 나오는데, 출마할 생각이 전혀 없다"면서 "임기까지 직을 수행하겠다는 입장을 조만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이 총선 출마설에 대해 이처럼 강도 높게 직접적인 입장을 표명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이 원장은 또 금감원장의 임기를 완주하겠다는 입장을 언론 등을 통해 명확히 하고 싶다는 뜻도 내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장의 출마설은 지난해 6월 취임 때부터 끊이질 않았다.

검사 출신으로 이른바 '윤석열 사단 막내'로 꼽힌 그는 새 정권에서 금감원장직을 넘어 주요 직에서 활약할 것이란 관측이 금융권 안팎에서 거론돼 왔다.

실제로 이 원장은 윤 대통령의 은행 독과점 관행 개선 지시 이후 은행의 대출금리 인하를 주문하고 나서는 등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 원장은 윤 대통령과도 자주 소통하면서 금융감독 방향 등에 대해 보고하고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2024년 4월 총선에 출마할 의향이 있다면 늦어도 10월까지는 정치권에 들어와야 한다는 계산에서 최근 이 원장의 '7월 퇴임설'이 불거졌다.

고등학교(경문고)를 다닌 동작구 이사설과 후임 금감원장에 검찰 출신 인물 내정설까지 돌며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여기에다 윤 대통령이 주문한 은행 개혁 선봉에 서서 시중은행은 물론 지방은행, 인터넷은행 현장 방문을 줄줄이 이어가면서 총선 준비용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 원장이 총선 출마설에 대해 "감독기구 수장으로서 맡은 중요한 역할이 많다"며 즉답을 피한 것도 더 큰 추측을 낳았다.

이 원장은 지난 9일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금융 소비자 현장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감독 당국이 챙겨야 하는 시장 안정화·소비자 보호·자본시장 활성화 등은 단기간에 결실이 나기 어렵다"며 감독 당국 수장으로서 중요한 역할이 있다는 걸 제가 잘 알고 있고, 열심히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올해 안에 퇴임하지 않을 것이냐는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아 출마 가능성 자체를 완전히 일축하지도 않은 것으로 읽혔다.

이렇듯 내년 총선 출마설이 기정사실로 되는 듯 하자 이 원장이 거취 관련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내부적으로 임기 완주 의지를 명확히 한 것으로 보여진다.

사실 이 원장이 언급했듯 금융권 현안은 산적해 있다.

윤 대통령의 지시로 시작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는 은행권 경쟁 촉진·보수체계 개선 등 7가지 주제로 오는 6월 말까지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도 금감원 몫이다. 이 원장은 앞으로 해마다 1회 이상 금융사 및 은행 이사회와 직접 면담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미국 실리콘밸리 은행(SVB)의 파산 등으로 금융시장 불안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금융회사 부실 우려에 대비해야 하는 것도 시급하다. SM엔터테인먼트(SM)의 시세조종 의혹 등 불공정거래와 불법사금융 등 금융 범죄 관련 엄단하는 것도 이 원장의 몫이다.

금감원 안팎에서는 이 원장의 금융을 향한 애정을 '진심'으로 여기고 있다.

한 금감원 임원은 "이 원장은 은행권의 금리와 수수료 산정과 관련해선 개선의 여지가 분명히 있다고 보는 등 문제의식을 느끼는 부분에 대해선 확신을 가지고 업무를 추진한다"면서 "실무자들에게 직접 보고받고 지시하는 등 임원들이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액티브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임원은 "출마설 등으로 금감원 내부 분위기가 술렁이자 집안 단도리를 하기 위해서라도 거취를 분명히 하고 싶어 하는 듯하다"면서 "금감원 입장에서는 이 원장의 존재감이 워낙 강하고 파워가 있다 보니 자리를 유지해 주는 게 좋다"고 전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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