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실리콘밸리은행(SVB)부터 시작된 글로벌 은행의 유동성 파동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유례없는 변동성을 제공해 수급 혼란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사태 초반만 해도 자본 이익의 기회로 삼던 서울채권시장도 점차 태세를 전환하는 모습이다. 짧은 잔존만기 현물 채권으로 거래를 이동하며 사태의 파장을 지켜보는 편이 낫다고 입을 모았다.

17일 연합인포맥스 투자 주체별 거래종합(화면번호 4565)에 따르면 이번주 들어 전 거래일까지 장외시장 채권 거래는 총 64조8천억원가량 거래됐다. 하루 평균 거래량이 16조2천65억원 정도다.

전주(3월 6~10일) 일평균 거래보다 13.5% 증가했다. 이번주 들어 SVB 사태 등 글로벌 채권시장이 출렁이면서 거래량이 확대 추세다. 3년 국채선물 거래가 사상 처음으로 이틀 연속 25만계약을 넘어서는 등 선·현물을 가리지 않고 시장 대응이 분주하다.

현물 채권 부문은 거래량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주요 거래 대상이 바뀌었다. 금리 하락에 맞춰 초장기물을 매매하는 패턴에서 벗어나 짧은 만기로 옮겨가는 상태다.



이번주 들어 거래된 채권 종목 상위 5개 중 단 하나도 잔존만기 10년을 넘는 것이 없다. 입찰이 있었던 국고 3년 지표물 22-13호를 빼도 통안채 2년물을 중심으로 3년물 경과물, 5년 경과물 22-8호 등이 들어간다. 30년물 국채는 8위에 자리했다.

지난주에는 만기가 약 30년 남은 국고 30년 경과물 22-9호가 가장 많이 거래됐다. 30년물 지표물 23-2호가 3위지만, 입찰이 있었던 특수성이 있긴 했다. 이러한 특수 요인을 빼더라도 5년 경과물과 함께 10년 지표물이 상위 종목에 포진했다.

사실 지난주의 모습이 평소와 좀 더 비슷하다. 특히나 이달 들어서는 시장금리가 점진적으로 하락하는 터라 초장기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 있다. 같은 금리 낙폭에도 몇 배는 많은 자본이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주에도 금리는 하락하고 있지만, 이전과는 다르다는 불안감이 깔렸다는 것이 시장참가자들의 분석이다. 극심한 변동성에 무조건 초장기물을 사들이기보다는 짧은 만기에서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다.

증권사의 채권 관계자는 "하루에 10년 국채선물 변동성이 100틱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에서 베팅으로 초장기물을 건드렸다가 그동안의 성과를 순식간에 날릴 수도 있다"며 "SVB도 그렇게 욕심을 내다가 이 사태를 촉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5년물 채권은 저평가됐다는 인식도 있는 것 같다"며 "일단 선물 거래에서 정상적인 대응이 너무 버거우니 현물은 가치를 평가하면서 가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은행의 채권 운용역은 "외국인의 초장기물 거래가 시장에서 많이 회자하지 않으면 플래트닝(기간별 수익률 곡선 평탄화)을 노리고 초장기물로 계속 가기도 부담될 것"이라고 추측했다.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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