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투사, 물밑 경쟁 시작…지주계열은 은행과 손잡기

(서울=연합인포맥스) 노요빈 기자 = 올해 하반기부터 대형 증권사의 일반환전 업무 참여가 허용되면서 금융지주 차원에서 계열사 간 협력이 본격화하고 있다.

증권사는 여행이나 유학을 목적으로 환전할 수 있어도 환전 후 수령하는 업무를 처리할 영업지점이나 창구가 마땅치 않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KB, 신한 등 금융지주계열 증권사는 기존 환전과 수령 업무를 수행하는 은행 계열사와 손잡고 돌파구를 찾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와 신한 등 주요 금융지주는 은행과 증권사가 공동으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외환제도 개편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증권사의 일반환전 업무가 허용되면 개인을 대상으로 해외여행과 유학에 필요한 환전 서비스까지 외환업무 범위가 확대된다. 가령 해외투자를 하는 고객은 보유한 투자금을 해외여행을 위한 외화로 환전해 사용할 수 있다.

지금까지 증권사는 고객에게 투자 목적으로 환전해주는 것만 가능했다.

그동안 증권사 숙원사업이었던 일반환전의 빗장이 풀렸지만, 해외여행과 유학에 필요한 환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추가 준비가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새로 등장한 과제가 환전한 외화를 수령하는 업무다.

개인의 다양한 환전 수요를 맞추기 위해서는 환전 후 외화를 자유롭게 수령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증권사는 지점마다 외화를 쌓아두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고민으로 몇몇 지주계열 증권사는 같은 계열사 은행과 협력에 들어갔다.

증권사에서 환전한 이후 실물로 외화나 원화 수령이 필요할 때는 은행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지난달 일반환전 이슈가 나올 때마다 아이디어를 나누던 것에서 이번 달에는 TF를 구성해 준비하고 있다"며 "증권사의 내부 TF뿐만 아니라 지주계열 은행과 증권사가 참여하는 TF도 만들어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증권사가 일반환전을 하면 환전 후 송금하거나 현찰을 수령하는 부분에 대한 준비가 필요할 것"이라며 "지주계열 증권사는 은행과 논의를 하는 부분도 있어, 종투사마다 대응하는 방식에 차이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에서 환전과 증권사의 환전 수요가 서로 다르다는 인식을 기본으로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지주 단위로 외환 서비스 측면에서 경쟁 기반을 폭넓게 가져가면서 시너지 효과를 도모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다만 증권사를 통한 일반환전 수요를 제대로 파악하기 전까지 신중하게 접근한 움직임도 있었다. 업권별 외환업무 재조정이 이어지면서 일반환전 수요를 확인한 후 다른 증권사들도 뒤따라 움직이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증권사의 일반환전을 얘기하거나 TF를 구성하진 않고 있다"며 "어느 증권사가 먼저 치고 나가서 실적을 잘 내면 모르지만, 증권사의 지점 환전은 쉽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정부는 외환시장 선진화 및 외환제도 전면개편 방향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외환시장 개장시간 연장을 비롯한 여러 세부과제가 포함됐는데, 가장 먼저 증권사의 일반환전 참여가 올해 하반기부터 허용되면서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정부는 '외환제도 전면개편 방향'의 1단계로 9개 종합금융투자사업사(종투사)에 일반환전 업무를 허용했다. 9개 종투사 가운데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는 KB증권과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 NH투자증권 등 4개 사다.

정부는 2단계로 경제 상황과 입법 상황을 고려해 업권별 외환업무 칸막이를 해소하는 방안을 지속 논의한다.

시중은행의 한 지점 창구


ybn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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