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금융권 자금 이동은 성장통…변동성 줄이는 당국 기대
 

(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변동성'. 서울채권시장과 단기자금시장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김대곤 KIDB자금중개 본부장이 꺼낸 올해의 키워드다. 대내외에서 순차적으로 터진 디폴트(채무불이행) 리스크를 당국이 가라앉혔지만 언제 어떤 트리거(뇌관)가 나올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단일 변수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전체적인 큰 그림을 봐야 한다고 김 본부장은 강조했다. 안전자산 선호 투자심리가 약해지며 촉발할 자금 대이동이 중요하다고 지목했다. 이와 함께 제2금융권 영역 확대를 유의해야 할 요소로 진단했다.
 

 


김대곤 KIDB자금중개 본부장(사진)은 14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작년 10월 23일 정부 합동 대책이 나온 이후 단기자금시장은 빠르게 안정됐는데 현재 시장 상황은 아직 정부 당국 대책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PF 관련 연장하고 있는 ABCP 등이 출구를 찾기가 당장은 어렵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작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 단기 안전 자산을 찾는 전주(錢主)들의 심리가 MMF(머니마켓펀드)의 대규모 증가 등으로 반영됐다"며 "올해 자금 시장의 변수는 이상 언급한 내용의 역방향이고, 안정적인 현재 상황과 달리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레고랜드 사태는 사실상 국가에 준하는 지방자치단체에서 디폴트가 벌어진 것이다. 고금리 국면에서 PF의 사업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투자금이 날아갈 수 있다는 불신을 만든 사건이다. 가뜩이나 불안한 부동산 경기와 맞물려 유동자금은 MMF 등 초단기 우량자산으로 급하게 이동했다.

이와 함께 엮인 증권사 등 민간 경제주체가 피해를 보면 안 되기에 당국은 50조원 플러스 알파 등의 대책을 내놨다. 최근 단기 유동성이 급증하면서 기준금리보다 낮은 RP 금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과정이 되돌려질 수 있다는 점을 김 본부장은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당국의 발 빠른 조치에 대해 후하게 평가했다.

그는 "작년 10월 23일 당국의 특히 한국은행의 단기자금시장 안정화 방안이 나오지 않았으면 자금시장은 CP 시장에 버금가는 혼란을 겪었을 것"이라며 "시의적절하게 지원 대책이 나온 것은 당국이 잘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단기자금시장과 서울채권시장은 또 하나의 디폴트를 맞닥뜨려야 했다. 실리콘밸리은행(SVB)과 크레디트스위스(CS)의 파산이다. 특히 이들 은행은 디지털뱅킹으로 인해 수 시간 만에 자금이 대량 인출되는 해프닝을 겪었다.

김 본부장은 "우리나라도 작년 말 이후 MMF 설정 규모가 200조원을 돌파했고, 여기에 은행, 신탁, MMT(특정금전신탁) 등의 소위 말하는 그림자 금융 규모가 상당히 커졌다"며 "시장참가자들은 제2금융권 자금 이동에 따라 단기자금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자산운용사의 채권 운용역 출신이다. 지난 2008년, 우리나라에서 RP 시장이 태동할 때 RP 매수를 하며 자금시장에 발을 디뎠다. 글로벌 자금시장의 성장세를 지켜본 그는 당시 중개업 3년 차인 KIDB자금중개로 자리를 옮겼다. 21세기의 굵직한 이슈를 운용과 중개 사이드에서 모두 경험했다.

채권은 상황에 따라 오늘이 아니면 내일 거래해도 되지만, 자금시장은 당일 마감이 필수다. '돈맥경화'라는 말로 비유하듯이 하나의 거래만 막혀도 모든 중개사가 업무를 마무리하지 못한다. 그래서 유동성 팽창기라는 코로나 이전에도 '제야의 종소리'를 회사에서 듣기도 했다. 갑을·경쟁 관계를 떠나 고객·중개사들끼리 소통하고, 당국도 동고동락의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글로벌 정책 격변기에 자금시장이 휩쓸리지 않도록 당국이 주의를 기울여달라고 김 본부장은 당부했다.

그는 "레고랜드 사태 이후 나온 단기자금시장 안정화 방안을 끝내기보다는 비상시 가동 체제로 유지해 주면 좋겠다"며 "제2금융권의 확대는 시장이 성장·발전하는 과정에 있는 변화로 판단되기에 당국도 이를 인지하고 변동성을 줄이는 쪽으로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고 제언했다.

김 본부장이 16년째 KIDB자금중개에 몸담는 동안 회사의 인적 규모는 세 배 이상으로 확대했다. 올해도 이러한 성장세를 지속할 방침이다.

김 본부장은 "단기자금시장은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이상으로 커지는 시장이므로 새롭게 진입하는 친구들은 함께 성장할 수 있다"며 "KIDB자금중개는 회장님 이하 임직원들의 상호존중 및 소통을 강조하고 배려해주면서, 개개인의 단점이 아닌 장점을 보려고 하고 있다"고 전했다.

더불어 "브로커라는 단순 중개의 마인드가 아닌 기관 자금 담당자들의 입장을 생각하면서 응대하고 있다"며 "레포시장의 확장성은 진행 중이니, 관심과 영업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면 좋은 환경에서 지속해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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