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은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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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통화정책 완화 기대를 나타내는 시장에 매파적 발언을 쏟아냈다.

이 총재는 13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가진 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우리 경기의 상저하고 여부는 중국이나 IT 경기, 반도체 가격에 달렸다"며 "반도체 가격이 하반기에는 좋아질 것으로 보고 상저하고로 갈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리 경기가 나빠질 것이다. 이자율을 바꿀 것이다. 이렇게 베팅하는 것은 자기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지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이 기존 전망치인 1.6%를 하회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과 관련해서는 "반도체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반도체 가격이 빨리 회복되면 성장률도 좋아질 수 있다"며 "하반기가 왜 자꾸 나쁘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단기 시장금리가 기준금리를 하회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시장 움직임이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중앙은행보다 시장이 실물 경제를 더 잘 알 수 있는지 지켜보자"며 "금통위가 보는 것은 (시장금리가) 과도하게 내려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리 수준이 완화적인 수준이라는데 동의 못 한다"며 "금리 수준은 상당히 긴축적"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정부와의 협의에서 이 총재가 금리 미시 조정에 반대했다는 얘기가 나온 것과 관련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우리나라는 변동금리 대출이 많아 예대금리차가 커지기 마련이고, 정부가 이를 줄이도록 지도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얘기다.

그는 "금감원에서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이 통화정책 효과를 반감시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미시 조정하지말라'고 했다는 말은 전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부동산과 관련해서는 "많이 좋아졌다"며 "작년 11~12월에 걱정했던 것보다 낫다. 금리가 올라가는 수준도 줄었고, 미국이 금리를 올려도 1~2번을 예상해 끝이 보인다"고 말했다.

환율 이슈는 "지난 8~9월 환율이 1,300~1,400원이 되면 문제가 있는 것처럼 말하신 분들이 많았는데 당시 우리 경제가 왜 무너지지 않고 괜찮았는지 물어봐라"라며 "옛날처럼 생각해서 그렇게까지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줄어 달러에 미치는 영향이 줄었고, 환율이 하나의 가격 변수처럼 움직인다고 봐야 한다는 이유다.

이 총재는 "경상수지 악화에 환율이 오르는 것 아니냐 하는 기대가 있었다"며 "한은과 국민연금이 350억 달러 스와프를 하니 국민연금도 헤지를 하면 (환율 상승) 아니라고 여긴다. 기대에 따라 움직이는 면이 크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디지털 뱅킹이 발달한 우리나라에서 예금 대량 인출 사태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저축은행과 관련한 '지라시'도 평일이 아닌 주말에 퍼졌으면 상황이 달랐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미국의 사태로 중앙은행들이 디지털 이코노미 상황에서 규제나 예금 보호 제도를 어떻게 바꿀지 고민들이 많다"며 "우리도 AI를 만들어 먼저 잡아서 가짜뉴스인지 아닌지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짜 뉴스가 나오면 일벌백계하고 금융시장의 교란 요인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또 예금보호한도를 증액할 것인지 문제와 지급결제망의 제도 개선 등에 관해 관심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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