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 여건 불리한 원화, 절하 압박 계속
경상적자 때 위기에 취약해질 우려도

(서울=연합인포맥스) 노요빈 기자 = 최근 우리나라 원화가 빠른 속도로 약세를 보이면서 펀더멘털(기초체력) 이슈로 우려가 번지고 있다.

금융시장 투자자의 불안 심리를 보여주는 공포지수가 진정됐지만, 위험통화로 분류되는 원화는 정작 절하 폭을 키우며 위기의 경고등이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연합인포맥스 변동성지수(화면번호 7205번)에 따르면 S&P500 VIX 지수는 전일 17.17을 기록했다. 지난 19일까지 6거래일 연속 하락하면서 연저점 16.46으로 내려온 이후 소폭 반등했다.

VIX 지수는 증시와 반대로 움직이며 VIX 지수 레벨이 높을수록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가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시장에 큰 이벤트가 없으면 VIX 지수는 20-30 정도의 범위에서 움직인다. 지수가 20 이하일 때는 시장 환경이 안정적임을 보여준다.

통상 금융시장의 위험선호 심리가 작동하면 원화는 강세로 움직이기에 VIX 지수와 달러-원 환율은 동일한 방향으로 움직인다.

S&P500 VIX지수(적)와 달러-원 환율(청) 추이


최근 VIX 지수는 하락세를 지속하지만, 달러-원은 상승하면서 디커플링(비동조화) 현상이 나타났다. 글로벌 투자 심리가 개선된다고 해도 그 영향이 원화에는 제한되는 셈이다.

주요 통화 대비해서도 원화 약세는 두드러졌다. 연초 이후 원화가 달러에 비해 4.41% 통화 가치가 절하됐다. 반면 유로화는 2.46% 절상됐고 위안화도 0.51% 가치가 상승했다. 초저금리 정책을 고수하는 엔화마저도 2.14% 절하에 그쳤다.

시장 참가자들은 펀더멘털의 악화를 원화 약세의 배경으로 지목했다.

우선 세계 경제와 반대로 국내 성장률 전망은 후퇴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국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7%에서 1.5%로 내렸다. 반면 선진국 그룹의 성장률 전망은 1.3%로 이전보다 0.1%P(포인트) 올려잡았다.

증권사의 한 딜러는 "VIX 지수가 하락하고, 주식시장도 안 좋지 않은데 원화만 약세가 심하다"며 "원화가 주요 통화 움직임에서 이탈하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정확히 펀더멘털을 반영하지만, 굉장히 안 좋은 사인(신호)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2월 원화가 주요 34개국 가운데 가장 크게 절하됐다고 하면서 그 원인 중 하나로 무역적자를 꼽았다.

우리 수출은 6개월 넘게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다. 이에 따른 무역적자는 외환시장에서 달러 수요가 공급을 넘어서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무역적자 이슈가 하반기로 갈수록 완화한다고 해도, 수급 이상으로 펀더멘털 문제는 원화만의 불안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경우 원화 절하 국면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우리나라 성장 동력인 수출 전망도 악화일로다. 미국은 자국 제조업을 살리기 위해 반도체지원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내놓고 '리쇼어링'과 보호무역 장벽을 내세우고 있다. 중국도 내수 소비를 키워 성장을 촉진하면서 중간재를 수출하는 우리 수출 성장에 기여하는 바가 줄어들고 있다.

은행의 한 딜러는 "국내 무역수지가 개선될 만한 신호가 없다"며 "결국 수급도 수출이 안 되고, 외국인의 주식 자금이 나가서 생긴 것으로 펀더멘털 이슈"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경상수지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1~2월 경상수지는 11년 만에 두 달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과거 위기 때마다 경상수지가 악화했다는 점에서 리스크 요인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동시에 외환당국의 환율 안정 노력도 한층 강해지고 있다.

은행의 딜러는 "당국도 환율이 튀어 오르면 불안이 커질 수 있기에 환율 관리를 계속하고 있다"며 "다른 통화들이 안정적일 때도 원화만 혼자 절하되는 심리를 차단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외환보유고가 넉넉하지만, 펀더멘털이 개선되지 않으면 정말 곤란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ybn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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