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서영경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노동시장의 긴장도 완화가 물가 압력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서 위원은 25일 한은 노동시장 세미나 모두 발언에서 "앞으로 노동시장의 타이트니스(tightness. 노동시장의 긴장도) 완화세가 지속된다면 물가 안정에도 상당히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시장의 긴장도는 실업자 대비 빈일자리 비율(v/u)을 말한다.

서 위원은 노동시장의 물가 영향에 대한 분석이 비둘기파적인 입장이나 하반기 통화정책 전환(피벗)을 시사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서 위원은 "고용 측면에서의 물가 압력은 많이 완화됐고 앞으로도 이런 추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기대인플레이션이나 수입 물가, 환율 등 다른 요인들이 물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앞으로의 추이는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은은 2분기부터 근원물가 둔화세가 가시화될 것이라고 전망하지만 워낙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데이터 디펜던트하게 물가를 보고 통화정책을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 위원은 이번 연구에서 통화정책의 목표로 고용을 고려해야 한다는 시사점도 도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물가를 판단할 때 고용으로부터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유의해서 볼 필요가 있다"며 "거꾸로 금리 정책이 성장과 물가를 변화시켜 다시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파급효과는 우리나라 고용시장의 제도적인 경직성, 구조적 문제를 생각했을 때 미국이나 선진국과 달리 여전히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고령화 추세의 영향이 중립금리에 미치는 영향은 하락의 일방향이 아닐 수 있다는 내용도 제기했다.

서 위원은 "코로나 이전에는 인구 고령화가 중립금리를 하락시키는 요인이라고 분석했었다"며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이런 얘기가 꾸준히 나왔다"고 설명했다.

서 위원은 이어 "워낙 고령화가 빨리 진행되면서 재정지출이 늘어나고 부양 비율이 증가하는 현상이 가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그런 부분은 중립금리의 상승 요인이기 때문에 상·하방 요인을 잘 살펴보고 중립금리 변화를 판단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가 측면에서 우리나라 고용시장의 긴장도는 근원물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긴장도와 근원 서비스 물가는 지난해 3분기와 10월을 정점으로 동반 하락 중이다.

또 노동시장의 긴장도와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중반(각각 2분기, 7월)을 정점으로 동반 하락 중이다.



서 위원은 "시간조정 실업률, 빈일자리율 등도 물가와 관계가 뚜렷한 모습"이라며 "우리나라의 경우 팬데믹 이전 필립스곡선 평탄화 문제는 노동시장의 구조 변화보다는 지표 문제였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서 위원은 또 "노동시장의 긴장도가 특히 근원 서비스 물가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다만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구조적 요인에 큰 영향을 받고 있어 경기적 요인과 구조적 요인의 구분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용이 고령화, 여성 고용, 산업구조 등 비(非)경기적 요인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얘기다.

서 위원은 "미국과 달리 통화정책의 고용 파급효과(금리→성장·물가→고용)는 여전히 한계가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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