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만기가 3개월인 통화안정증권의 유통과 발행 금리가 모두 3.5% 부근에서 형성되고 있음에도 민간평가사가 책정한 금리가 낮은 수준에 머물러 논란이 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3개월물 통안채를 콕 집어 금리가 너무 낮다고 언급했고, 이후 한은이 91일물·28일물 통안채를 발행하면서 유동성 흡수를 강화했는데도 불구하고 민평사가 사정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문제 제기다.

12일 연합인포맥스 시가평가 매트릭스(화면번호 4743)에 따르면 전 거래일 통화안정증권 3개월물 민평금리는 3.295%였다.(할인채 기준)

민평금리는 한국자산평가(KAP), KIS자산평가, NICE신용평가 등 3개 회사가 책정한 금리를 종합한 것이다.

3사의 민평금리 대비 현재 시장에서 형성되는 발행과 유통 금리는 훨씬 높은 수준이다.

지난 8일 한국은행이 발행한 통안채 91일물의 금리는 3.48%였고, 11일 발행한 28일물의 금리는 3.5%였다.

연합인포맥스 유통시장 종합(화면번호 4133)에 따르면 만기가 6월에 돌아오는 통안채는 전일 3.474%에 거래돼 민평 금리보다 7.1bp 높은 수준에서 팔렸다.

증권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3개월~1년 만기의 통안채가 문제"라며 "민평 금리가 발행과 거래를 전혀 반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은 이미 3개월 이내 채권 금리를 3.50% 수준으로 보고, 거래도 그렇게 하고 있다"며 "평가사들이 타성에 젖어서 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민평 금리 이슈는 한은과 시장 사이 불필요한 오해를 일으키고 있다는 점에서도 문제가 된다.

민평사가 책정한 통안채 금리가 기준금리인 3.5%보다 낮은 것을 보고 당국 입장에서는 시장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과도하다는 평가를 내놓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시장참가자들은 단기간 내 금리 인하를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한은이 통안채 발행을 늘리면서 원래 보유했던 통안채 금리가 상승할 위험에 노출됐다.

또 환매조건부채권(RP)과 양도성예금증서(CD) 등 기관의 조달금리가 이창용 한은 총재의 발언에 반응해 오르는 데 반해 통안채 민평금리가 움직이지 않아 조달금리보다 이자수익이 낮아지는 역캐리 상태에도 처했다.

금융시장의 한 관계자는 "단기채 금리가 현실을 반영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콜금리나 RP 금리가 3.4%대인데 1~2개월물 금리가 3.2~3.3%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발행보다는 유통 금리를 참고로 책정하는 민평금리라지만 괴리가 너무 크다"며 "호가 수익률 체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질적인 민평 금리의 문제에 시장참가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시장참가자들은 민평 금리와 관련한 잘못된 시장 관행을 모두 포함해 전면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민평사에 낮은 금리 책정을 요구해 온 일부 기관들의 관행, 장외 채권 마감 시간인 4시쯤에 일부러 호가를 내서 민평 금리를 유리하게 유도하는 시장 교란 행위 등 채권시장 쪽의 문제도 쌓여왔기 때문이다.

다른 증권사의 한 채권 중개인은 "채권 금리 종가를 인위적으로 만드는 문제가 크다"며 "이 문제로 선의의 피해자들이 많기 때문에 당국에서 종가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개인들의 국채 매수도 점차 많아지고 있는데 개미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며 "민평 금리 문제를 공론화해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11일자 통화안정증권 민평금리
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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