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한상민 기자 = 금융당국이 4년 전 대고객 환매조건부채권(RP)에 한국계 외화표시채권(KP물) 등을 담을 수 있도록 규제를 개선하겠다고 했지만, 아직도 법령개정이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4년간 법령개정 '지지부진'…올 하반기 추진할까

15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투자협회는 올 하반기 대고객 외화 RP 편입대상으로 국내 우량기업 KP물을 포함하는 내용 등의 규제 개선을 재추진할지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RP 매매란 채권을 팔았다가 경과기관이 지난 후 이자를 납부하고 해당 채권을 되사오는 권리가 있는 매매다. 거래주체에 따라 금융기관과 한은 간 한은 RP, 금융기관 간 기관RP, 금융기관과 일반고객 간 대고객RP 거래로 구분된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9년 7월 자본시장법 시행령과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증발공규정)을 개정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외화자산 투자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대고객 RP 대상 외화자산 범위가 지나치게 협소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한은 RP와 기관 RP의 경우 환매조건부채권에 대한 별도 규제가 없지만, 대고객 RP의 경우 투자자 보호 등을 위해 편입채권을 제한한다.

대고객RP가 편입 가능한 외화자산은 A등급 이상 외국 국채로 한정된다. 동일 등급의 국제기구나 일반기업 KP물은 활용할 수 없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안정성이 확보된 외화자산을 대고객 RP 운용대상으로 할 수 없어 수익률 제고에 한계가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KP물은 국내 우량기업이 해외에서 발행하는 채권으로 같은 기업의 국내 발행물보다 금리가 높아 대고객RP 수익률 제고에 용이하다"며 "KP물을 발행하는 회사 입장에서도 자금 조달처를 확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자본시장법 시행령과 증발공규정을 개정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세계은행(WB),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국제기구가 발행한 채권을 대고객 RP 대상증권을 편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위해 '증발공규정 2-4의2'에서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증발공규정 2-2의2'를 통해 적격기관투자자 사이에서만 거래 가능한 채권 시장(QIB) 시장에서 거래되는 국내 우량기업의 KP물에 대해서도 대고객 RP 편입을 허용하기로 했다. 대고객 RP에 담는 KP물은 2개 이상의 국제 신용평가 기관에서 A 등급 이상을 받아야 하며 담보 가액 인정 비율도 105%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시장여건 보겠다지만…CFD 등에 밀릴 가능성도

금융당국은 지난 2019년 말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국제기구가 발행한 채무증권을 대고객 RP 대상증권에 추가했다.

문제는 시행령상의 근거만 만들어놓았을 뿐 투자자 보호 조항 등이 담긴 증발공 규정에는 반영되지 않는 등 후속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또 국내 우량기업 KP물은 아직도 대고객 RP 대상증권에 추가되지 않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증발공규정 개정조치가 안 된 게 맞다"며 "시장 여건을 보면서 재추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업권 다른 관계자는 "규제개선 방안을 발표한 직후 코로나19 비상 체제에 돌입했고, 이후 레고랜드 사태가 터지면서 워낙 정신없는 3년을 보내면서 사안이 뒤로 밀린 것 같다"고 추측했다.

일부 증권사들은 대고객 외화 RP에 특수은행이나 공공기관이 발행한 KP물까지는 일부 편입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환매조건부매매 대상증권으로 국채증권, 지방채증권, 특수채증권 등을 허용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 181조에 근거했다.

A 증권사 담당자는 "규정상으로 RP에 KP물을 담지 말라는 내용은 없었는데, 증권업계에서 자체적으로 엄격하게 해석해서 공사채 KP물만 하는 게 맞지 않겠냐는 얘기가 나왔다"며 "먼저 나섰다가 문제가 생기면 귀찮아지니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B 증권사 관계자는 "외화 RP가 회사채 KP물을 담으려면 여러 제출서류가 필요한데 공사채 KP물은 면제가 된다"며 "운영 편의성 때문에 공사채까지만 담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금융회사가 발행한 KP물까지는 RP 편입이 허용되기를 바라고 있다.

C 증권사 관계자는 "외화 RP 운용상 KP물 편입이 공공기관으로 제한돼있어 업계에서는 금융회사가 발행한 KP물까지는 RP 대상증권으로 편입해달라는 요청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업계에서는 자체적으로 리스크관리를 위해 KP물은 최소로 담고 있다. 지난해 채권금리가 급격하게 상승하는 등 채권시장 변동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B 증권사 관계자는 "외화 RP에 KP물을 10% 미만으로 담고 있는데 원래부터 비중이 작았다기보단 지난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전부 미 국채로만 운용하자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D 증권사 관계자는 "KP물을 담고는 있지만 비중이 크지 않은데, 현재 투자 환경이 안 좋다 보니 조금 더 유리한 포지션을 고려한 판단"이라며 "향후 운용 환경 변화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여의도 전경, 여의도 증권가 모습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일대, 증권가 모습. 2021.9.27 [촬영 류효림]


hrsong@yna.co.kr
smhan@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2시간 더 빠른 10시 18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