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서울채권시장의 금리인하 기대와 통화당국의 물가 관리 의지가 평행선을 달리면서 채권 거래 패턴에도 영향을 주는 모습이다. 주요 시장금리의 기준금리 역전과 맞물려 연내 안으로 묶어둘 캐리(이자이익) 자금은 카드·여전채로 이동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16일 연합인포맥스 투자자 전체 장외채권 거래 동향(화면번호 4266)에 따르면 지난주 카드·기타금융채(여전채) 중 잔존만기 1년 이하 채권의 거래량은 2조6천232억원을 나타냈다. 주간 기준으로 올해 들어 세 번째로 많다. 올해 평균치가 2조1천155억원이니, 이를 크게 웃돌기도 했다.

단순 양으로서가 아니라 상대적인 비중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카드·기타금융채의 전체 거래에서 잔존 만기 1년 이하 구간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주에 42.1%까지 높아졌다. 연중 최고치다. 3월 하순부터 오름세기도 하다.



지난주 카드·여전채의 총거래량은 6조2천285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평균보다 4.7% 정도 많은 정도다. 긴축 기조가 마무리된 것으로 점쳐지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무리하고 전반적인 거래량은 소강상태지만, 그 속에서 만기별 거래가 변화하는 상황으로 해석된다. 카드채와 여전채를 눈여겨보는 시장참가자들이 짧은 쪽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는 뜻이다.

기준금리 인하를 둘러싼 통화당국과 시장의 줄다리기가 지지부진해진 것이 거래 변화를 이끄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3월 하순에 접어들면서 글로벌 주요 은행들의 파산 리스크가 다소 가라앉았고, 이에 따라 국내 금융업 우려와 금리인하 기대가 동시에 낮아졌다고 분석한다.

갈수록 하락한 1년 이하 구간의 채권 금리도 카드·여전채 캐리 매수 이동에 한몫한다. 서울채권시장에서 시장 동향에 둔감한 상품으로 꼽히는 3개월 만기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3월 24일부터 본격적인 하락세를 시작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시장참가자들의 역마진이 심화하면서 유동성에 기반한 국채에 베팅할 게 아니라면 통안채나 은행채로도 캐리를 가져가기는 너무 어려운 환경이 됐다"며 "연내 만기가 돌아온다면 카드채나 여전채 캐리가 그나마 낫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4분기에 만기가 돌아오는 카드채와 여전채는 기관투자가들 사이에서 3.6% 후반 내지 5% 사이에서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경기에 따른 업황과 재무 건전성 리스크는 있지만, 금리인상 중단 이후 동반되는 거시경제 변화도 고려해볼 만하다는 평가다. 다만, 다음 주 금융통화위원회의 스탠스나 향후 크레디트물 공급에 따라 상황은 또다시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사의 채권 운용역은 "금통위가 여전히 호키시(매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다른 우량 크레디트물의 금리도 많이 올라왔다"며 "카드·여전채 거래 자체가 시장에서 많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발행이 어디서 많이 나오느냐 등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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