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서울채권시장의 10년 국채선물 미결제약정이 20만계약을 넘어섰다. 국채 잔액 확대에 발맞춰 파생상품시장이 성장해, 시장 선진화의 기틀을 다진 것으로 평가된다. 아시아 최대 시장의 지위를 굳건히 해 다양한 투자자들의 유입도 기대된다.

18일 연합인포맥스 연결 국채선물 일별 추이(화면번호 3631)에 따르면 우리나라 10년 만기 국채선물(LKTB)의 미결제약정은 지난 15일에 20만3천639계약을 기록했다. 전 거래일에도 장중 꾸준히 20만계약을 웃도는 모습을 보였다. 10년 국채선물의 통상적인 미결제약정이 20만계약대에서 안착하려는 움직임이다.

서울채권시장에서 10년 국채선물의 미결제약정이 20만계약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코로나(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에 따라 국내외 유동성이 폭발했을 2020년 8월 당시 19만5천계약까지 높아졌지만, 이내 사그라들었다. 약 3년이 지나 이번에 새로운 발자취를 남기게 됐다.



파생상품으로서 국채 등 현물 채권 거래에 대한 헤지와 선제적인 시장 베팅이 공존하는 국채선물은 글로벌 시장금리 상승세가 주춤해지자 점차 미결제약정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미결제약정은 시장에 들어와 있는 총포지션의 개수로 이해하면 된다. 새로운 시장참가자들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특히 최근에는 외국인의 매수(롱) 포지션이 새로 들어오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 기관투자가를 비롯해 외국인도 현물과 선물 투자를 모두 활발히 진행하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국고채 잔액 증가에 파생상품시장이 보조를 맞추면서 균형감을 더하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10년 국채선물의 미결제약정이 20만계약을 돌파했고 3년 국채선물은 38만계약대다. 이 정도 수준이면 전 세계적으로 비교해도 주목할 만한 수준이라고 시장참가자들은 진단한다.

수량으로 볼 때 미국, 독일, 이탈리아, 호주, 캐나다의 뒤를 잇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캐나다는 미국의 덕을 보는 측면이 있고 이탈리아는 유로존에서 상대적인 열위의 지위로 독일 등과 스프레드 거래가 이뤄지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우리나라가 세계 4위권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채권에 있어 우리나라가 아시아에서 가장 투자하기 좋은 환경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글로벌 통화정책의 향방과 금리 변화에 따라 국채선물의 미결제약정은 또 오르내릴 수 있다. 다만, 현재 상황에서 전망은 긍정적인 편이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미결제약정이 많으면 해외 기관투자자들은 장내 거래 승인을 받기 편리한 상품이 되고 한도량이 늘면서 시장참가자가 다양해지는 선순환이 될 수 있다"며 "글로벌 선물시장에서 유동성이 좋은 상품으로 대접받고 어떤 일이 생겼을 때 신용리스크 없이 장내에서 헤지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WGBI(세계국채지수)에 편입되는 등 특정 이벤트가 아니더라도 물밑에서 장내 파생상품 등이 함께 성장한다는 것이 투자자에게 더 중요하다"며 "경기 우려와 더불어 장기 국채선물에 대한 관심이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jhlee2@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2시간 더 빠른 08시 33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