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정자 이름 빗댄 풍자시…이번에도 낙하산 논란

(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한국교직원공제회가 신임 회원사업 이사에 이른바 '친윤'으로 여겨지는 인사를 내정하면서 교직원공제회의 노조가 이를 풍자한 성명서를 냈다.

신임 이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예상한 책을 발간한 바 있는데 교직원공제회 이사로 내정되면서 노조가 낙하산 인사를 우려해 풍자 성명을 낸 것으로 해석된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교직원공제회는 지난 17일 운영위원회를 열고 오풍연 전 서울신문 법조 대기자를 신임 회원사업 이사로 내정했다. 공제회는 향후 오 전 기자에 대해 공직자 인사검증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교직원공제회는 기금운용총괄과 경영지원, 회원사업 담당까지 이사직이 3개다. 이 가운데 회원사업 이사는 거의 외부 인사가 선임됐던 자리다. 지금까지 대부분 교육부 관료 출신 등 교육 관련 외부 인사가 회원사업 이사를 맡아왔다.

그런 점에서 오 전 기자는 기존 이사들과 결이 다르다. 그는 1986년 서울신문에 입사한 뒤 주로 법조계를 취재하거나 인연을 맺었다. 2008년 11월부터 2009년 4월까지는 서울신문 법조 대기자를 맡았고 2009년 3월부터 2012년 4월까지는 법무부 정책위원회 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현재는 자신의 이름을 딴 '오풍연닷컴'을 운영하면서 저술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교직원공제회 노조가 성명을 낸 데에는 이같은 배경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교육계와 접점이 없는 오 전 기자가 교육계 인사들이 맡았던 자리에 내정되자 정부의 입김을 우려한 불만이라는 분석이다.

오 전 기자가 '친윤'으로 분류되는 데는 그가 쓴 '윤석열의 운명'이라는 책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오 전 기자는 2021년 5월 윤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예상한 이 책을 내면서 화제가 됐는데 이에 대한 보은성 인사가 아니겠냐는 해석이 연기금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교직원공제회 노조는 그의 이름에 빗댄 풍자 성명을 발표하면서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기도 하다.

공제회 노조(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한국교직원공제회지부)는 '풍년가'라는 제목에 'XX도 풍년이로구나'라는 부제를 달고 풍자시 형식의 성명을 냈다. 성명서에는 "나랏님 서슬 퍼런 은공이 무엇이냐, 낙하산 무엇이냐, 집구석 팽개치고 곡갱이 들어보자, 애끓는 우리마음 불이나 질러보자"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이는 현 정권과 연이 닿는 인사가 교육계 이력도 없이 이사에 선임되는 것을 두고 쌓이는 내부 불만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교직원공제회의 성명을 두고 불필요하게 과격하다는 반응도 연기금 업계에선 나오고 있다.

다른 공제회 관계자는 "교직원공제회 노조로서는 낙하산 논란이 있는 인사에 대해 불만을 품을 수 있다"면서도 "비속어까지 섞은 성명을 공표하는 것은 불필요하게 과격하고 격이 낮아 보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교직원공제회는 주요 공제회 중 유독 이사 선임 과정에서 친정권 인사의 낙하산 논란이 끊이질 않은 전력이 있다.

앞서 2018년 취임해 21대 이사장을 지낸 차성수 전 이사장은 교육계와 거의 연관이 없는 정치인 출신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시민사회수석을 역임했고 노무현재단 이사를 거쳐 서울시 금천구청장을 지냈는데 그마저도 3년 임기의 절반도 못 채운채 총선에 출마하려고 이사장 자리를 중도 사퇴한 바 있다.

현재 김상곤 교직원공제회 이사장이 선임되는 과정에서도 더불어민주당에서 3선을 지낸 전 국회의원이 교육계와 관련이 없음에도 유력 후보로 거론되자 전국시도교육청 노조와 전국교육행정인협회가 "낙하산 인사를 중단하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한국교직원공제회 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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