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서울 아파트 가격이 1년 만에 오른 데다 거래량도 조금씩 증가하는 양상을 띠면서 부동산 시장 'V자' 반등 가능성이 제기된다.

해외신용평가사와 투자은행(IB)은 일부의 기대와 달리 국내 부동산 시장의 V자 반등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면서 과거 사례에 비춘 빠른 회복 기대에 대해 경고했다.

3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가격은 전주 대비 0.03% 올라 1년만에 상승 전환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작년 5월말 이후 51주 연속 하락했다.

한국부동산원은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에 대해 "가격회복 기대심리로 인해 주요지역 선호단지 중심으로 급매물 소진 후 추가 상승거래가 발생하며 전체적으로 상승 전환되었다고 설명했다.

강북 14개 구에서는 용산구(0.04%), 중구(0.03%)가, 강남 11개 구에서는 송파구(0.26%), 강남구(0.19%), 서초구(0.13%), 강동구(0.05%) 등이 상승했다.

거래량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3월 공동주택 실거래가격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천528건 거래돼 전년 동월 1천194건 대비 111.7%, 전월 2천296건 대비 10.1% 증가했다.

예년 월평균 거래량인 5천~6천건에는 못 미치지만, 추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를 키우기에는 충분했다.

여기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25일 기준금리를 3회 연속 동결하면서 금리 인상의 공포도 한풀 꺾이며 V자 반등 기대를 부추겼다.

◇무디스 "과거와 다르다"…ING "올해는 침체"

이같은 지표 반등에도 시장에 대한 불안이 가시지 않는 이유는 과거 하락장에서도 단기 반등은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
[출처: 한국부동산원]


지난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에서 아파트 가격이 급락했을 때도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는 2008년 12월 바닥을 찍고 2009년 9월까지 상승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추세 전환에는 실패해 2012년 12월까지 장기 하락추세로 이어졌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금 상황이 과거 단기 반등장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무디스는 지난 25일 배포한 국내 시중은행의 주택시장 위험을 평가한 보고서에서 "하락 뒤 빠른 반등이 왔던 과거 하락기와 비교해 현재 순환 주기에서 더 심각한 주택가격 하락의 위험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무디스는 과거에는 저축에 의존하던 임차인들이 최근 4~5년 동안 대출에 의존하는 정도가 크게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2021년 중반 이후 주택구입부담지수(K-HAI)가 역대 최고를 넘어서면서 주택구매능력도 크게 저하됐다.

금융환경도 과거와 다르다. 지난 1998년과 2008년 금융위기로 주택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이 대폭 하락했을 때는 한은이 내수 회복을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지금은 비록 한은이 3연속 기준금리 동결을 채택했지만 금리를 인하하기는 힘든 여건이다.

전세사기가 시장에 미친 충격도 해외 금융기관이 주시하는 대목이다.

네덜란드 투자은행(IB) ING는 최근 배포한 자료에서 부동산 시장 전망의 대표 선행지표인 전세시장이 여전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전세사기 사태를 감안하면 당분간은 부동산 시장이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spna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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