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기자 = 올해 국내 주요 공제회들이 기업어음(CP) 발행시장에 등장할 것이란 예상이 빗나갔다. 지난해 하반기 자금 흐름 위기를 겪으면서 외부 차입 작업에 돌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지만,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말 대한지방행정공제회와 과학기술인공제회는 받아놨던 CP 신용등급이 만료되지만, 그전까지 CP를 발행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행정공제회와 과학기술인공제회는 각각 지난해 11월과 12월 국내 신용평가사들로부터 CP 신용등급으로 최고등급인 'A1'을 받았다. 신용평가사로부터 CP 신용등급을 받는 건 CP 발행을 위한 초석으로 해석된다.

교직원공제회는 CP 발행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정관 개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지연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올해 상반기 내로 정관 개정을 마무리할 계획으로 지난 3월 교육부에 승인신청해놨지만, 승인 대기 상태가 길어지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상환이 돌아오는 규모 정도만 CP를 발행하고 있다.

그동안 군인공제회와 과학기술공제회를 제외한 대부분 대형 공제회는 자금 조달 수단으로 CP를 활용하지 않았다. 회원 자금으로도 충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안정적인 자금 확보 기반을 마련할 필요성이 대두됐다. 행정공제회와 교직원공제회 등도 CP 발행 가능성을 열어두며 외부자금 확보 수단을 늘리려고 시도했던 이유다.

과학기술인공제회는 언제든 필요하다면 CP를 발행하기 위해 매년 정기적으로 신용등급을 받아두고 있지만, 행정공제회가 CP 발행을 위한 신용등급을 부여받은 건 지난해 말이 처음이다.

지난해 하반기는 시중은행 정기예금으로 자금이 옮겨가면서 주요 공제회들이 자금 압박을 겪었다. 시중금리가 급격히 오르자 시중은행들은 재빠르게 정기예금 금리에 반영하며 자금을 빨아들였지만, 공제회는 시중금리 인상분이 회원저축 이자율에 상대적으로 느리게 반영됐던 탓이다. 그 와중에 급여율 인상에 따라 회원들에게 돌려줘야 하는 비용은 많아지면서 유동성 문제를 겪었다.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반영하면서 시중금리가 인하하기 시작한 올해부터는 머니무브 흐름이 반전되기 시작했다. 시중금리 변동이 상대적으로 느리게 반영되는 특성으로 인해 시중금리 인하기에는 공제회 회원저축 이자율이 시중은행 이자율보다 상대적으로 높아진 덕분이다. 지난해 10월 두차례에 걸쳐 CP 발행에 나섰던 과학기술인공제회도 올해는 CP 발행을 한 건도 하지 않았다.

공제회 한 관계자는 "작년 같은 경우 단기자금시장 경색 등 전반적인 시장 상황이 안 좋다 보니 위기 상황이 터지면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이 나왔다"며 "하지만 지금은 유동성이 충분한 상황이라 CP 신용등급을 받아놨다고 해서 발행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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