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서울채권시장에서 고금리 채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금리인하 기대에 중앙은행이 찬물을 끼얹으면서 캐리(이자이익)에 대한 고민이 커졌기 때문이다. 채권 패닉 이후 보기 어려웠던 고위험 크레디트물에도 점차 자금이 모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13일 연합인포맥스 장외채권 건별체결내역(화면번호 4502)에 따르면 지난 8일 장외시장에서는 '태평양물산61'의 채권 종목이 100억원 거래됐다. 매매금리 7.4%에 만기는 1년이다. 만기 1년 이하의 일반 회사채가 7% 넘는 금리로 100억원 이상 거래된 것은 약 두 달 만이다. 이 기업에서 발행한 채권 중 가장 높은 금리를 지닌 종목이기도 하다.

이러한 고금리 크레디트물들은 신용등급이 아주 낮거나 없는 경우가 다반사다. 각종 옵션이 붙어 운용에도 제약 조건들이 뒤따르는 것들도 있다. 사모로 발행되는 등 저변에 한계가 있지만 수급 자체는 시장의 논리를 추종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최근 서울채권시장에서 이러한 고위험·고금리 채권들을 찾는 투자금들이 점차 늘어난다는 분위기다. 만기가 1년 이하라면 위험을 감수할 만하다고 판단한다. 수요에 맞춰 일정 수준의 발행이 출현하고, 거래가 완료되면 새로운 수요가 나타난다는 식이다.

회사채 시장의 자금 경색이 잠잠해진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관련 거래가 확대 중인 상황이 이를 방증한다. 만기가 1년 이하이면서 매매금리가 6%를 넘는 채권 거래량이 증가하고 있다. 소액 이상 거래를 제외하고자 거래 단위 10억원 이상으로 추려 잡은 결과다.



그사이 상황을 부추긴 요인들이 있었다. 서울채권시장이 연초 효과와 금리인하 기대, 풍부한 유동성으로 주요 금리를 모두 기준금리 밑으로 끌어내리면서 고금리 캐리 대상이 많이 없어졌다. 시장참가자들이 일정 기간은 회전율이 좋은 채권들로 버텼는데, 통화당국이 금리인하 기대에 연거푸 찬물을 끼얹어 포트폴리오의 다양성 확장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1년 안에 6% 이상의 캐리를 주는 종목이라면 제한된 범위에서 '감지덕지'라는 얘기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아주 낮으면서 그에 상응하는 절대 레벨을 가진 종목들은 우선 물건이 나와야 돌아가는데 지금은 이전보다 원활해진 것 같다"며 "부동산 관련 유동화 채권들도 분위기가 예전보다 많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그는 "6%가 어떤 상징적인 숫자는 아니지만, 예전 한전채(한국전력공사 채권)나 패닉 때 비슷한 숫자들을 봤다"며 "이것보다는 금리가 더 높아야 매수에 합당한 근거가 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고위험·고금리 채권시장이 계속 확대할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불분명하다고 시장참가자들은 진단했다.

증권사의 채권 관계자는 "대출 연체율 우려와 함께 부각되는 신용 리스크와 글로벌 긴축 등에 급하게 흔들릴 수도 있다"고 전했다.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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