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Q. '파이브가이즈' 매장 방문기?
[기자]
매장이 열기 전부터 방문해 대기하는 소위 '오픈런'을 체험해 봤습니다. 파이브가이즈는 신논현역에서부터 강남역 방향으로 강남대로를 따라 내려가다 보면 우측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가는 길에 또 다른 미국 버거 브랜드인 슈퍼두퍼가 있고 맞은편엔 쉐이크쉑 버거가 있습니다. 해당 구간에 해외 유명 수제버거 브랜드들이 몰려 있다 보니 '버거로드'라는 별명까지 붙었습니다. 파이브가이즈 오픈 첫날인 월요일엔 비를 맞으면서 사람들이 오픈런했다고 전해집니다. 저는 개업 두 번째 날 방문했는데, 오픈 30분 전인 10시 반에 도착했는데도 이미 먼저 온 200팀이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곧이어 웨이팅을 위한 웨이팅 줄까지 따로 생길 정도로 사람들이 몰렸습니다. 워낙 날씨가 덥다 보니 매장 측에선 대기하는 사람들에게 부채나 우산을 나눠줬습니다. 그렇게 3시간가량을 지나 겨우 안으로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입장하자마자 눈에 들어온 건 바닥에 널브러진 땅콩 껍데기들이었습니다. 매장 입구에서 무료 땅콩을 제공하는데 대기 시간이 길다 보니 기다리면서 까먹다가 바닥에 흘린 겁니다. 매장 직원 설명에 따르면 종업원들 전부 한화 본사에 직접 채용된 정직원이라고 합니다. 어느덧 주문할 차례가 오고 소스를 골라야 하는데 옵션이 많아 재료를 전부 넣는 '올 더 웨이'를 골랐습니다. 회사 측 설명에 따르면 식자재 조합이 최대 25만가지나 됩니다. 가격은 제일 저렴한 일반 햄버거가 1만3천400원, 제일 비싼 베이컨치즈버거가 1만7천400원이었습니다. 사이드는 감자튀김 레귤러 사이즈가 8천900원, 탄산음료가 3천900원이었습니다. 국내 진출한 여느 수제버거집과 비교했을 때 더 싼 가격은 아니었습니다.

매장 1층에서 기다리는 동안 주방을 구경했는데 완전히 오픈된 형태가 눈에 띄었습니다. 외국인 직원들도 적지 않았는데 미국 본사에서 파견 나왔는지 티셔츠에 '월드 투어'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습니다. 오픈하는지 얼마 안 돼서인지 종업원들이 과하게 활기찬 모습을 보여주려고 애쓰는 듯한 느낌도 받았습니다. 패티를 구우면서 일부러 큰 소리로 기합을 넣거나 특이한 억양으로 번호를 부르고 손님들과 일일이 사진을 찍어주면서 소통했습니다. 겨우 버거를 사서 나왔는데 마지막 난관이 남았습니다. 미국 스타일인지 포장 봉투에 손잡이가 없었는데 그 바람에 포장재 밑으로 감자튀김 기름이 배어 나와서 이동하는 데 혼났습니다.


[앵커]
Q. 앞서 국내 진출한 미국 수제버거 브랜드?
[기자]
해외 유명 수제버거 브랜드가 국내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앞서 SPC그룹이 지난 2016년 7월 강남역 인근에 쉐이크쉑 1호점을 냈습니다. 버거 오픈런의 원조 격인데, 그 이후로 국내 그룹사들이 앞다퉈 해외 수제버거 브랜드를 국내로 들여오고 있습니다. bhc그룹이 작년 11월에 샌프란시스코를 대표하는 슈퍼두퍼 매장을 강남에 차렸습니다. 세계 최초 글로벌 오픈입니다. 가장 최근 문을 연 파이브가이즈 강남 1호점은 한화그룹이 들여왔습니다. 모두 강남역부터 신논현역 사이 '버거 로드'에 있습니다. 미국 버거 3대장으로 꼽히는 인앤아웃 버거는 지난달 강남에서 팝업스토어를 운영했습니다. 이번 팝업스토어를 계기로 롯데 등 국내 다수 유통회사와 한국 시장 운영을 위한 논의를 했다고 전해집니다. 추후 인앤아웃 버거까지 국내로 들어온다면 경쟁 구도가 한층 복잡해질 것으로 관측됩니다. 이에 더해 지난해 1월엔 롯데타워에 고든 램지 셰프의 고든램지버거도 입점했습니다.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업계에선 '수제버거 전쟁'이라는 표현까지 나옵니다.


[앵커]
Q. 국내 대기업, 수제버거 브랜드 들여오는 이유는?
[기자]
가장 큰 이유는 우리나라 버거 시장 성장세입니다. 한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국내 버거 시장 규모는 10년 전 1조9천억원에서 점차 확대해 올해 연 5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글로벌 버거 회사 입장에서는 한국 시장이 아시아 진출 전 테스트베드로 활용하기 좋다는 평가입니다. 또 우리나라 주요 유통 기업들이 직접 미국으로 찾아가 한국으로의 진출을 적극 요청한다고도 전해집니다. 국내 시장에 안착하지 못했을 경우 국내 기업들이 온전히 부담을 떠안는 구조인 만큼 글로벌 버거 업체 입장에서는 리스크를 덜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유통업계 전반에서 '버거'를 신사업으로 낙점했습니다.


[앵커]
Q. 재벌가 해외 브랜드 유치 누가 주도하나?
[기자]
유학파 출신 재벌 2·3세들의 버거 사랑이 눈에 띕니다. 유학 시절 먹어본 경험을 바탕으로 들여오는 것이라 풀이됩니다. 이번에 새로 들어온 파이브가이즈는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3남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의 야심작으로 꼽힙니다. 김 본부장이 미국 유학 시절에 즐겨 먹었던 버거라고 전해지는데 당시 미국에서 접한 뒤에 "어떤 외식 브랜드보다 제품 철학이 확실하고 품질이 뛰어나다고 느꼈다"고 설명했다고 합니다. 또 "강남역에 위치한 버거들을 많이 먹어봤지만 경쟁 상대라고 느껴지는 곳이 전혀 없었다"고 단언하기도 했습니다. 김 본부장이 한화갤러리아 지분을 늘리면서 지배력을 키우고 있는 상황에서 그의 경영 능력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고 업계에선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파이브가이즈가 김 본부장의 한화갤러리아 부임 이후 첫 신사업인 만큼 부담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Q. 美 버거 3대장 '쉐이크쉑', 누가 들여왔나?
[기자]
쉐이크쉑은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차남인 허희수 부사장 주도로 국내에 발을 들였습니다. 허 부사장이 2011년 뉴욕 매디슨 스퀘어에 있는 쉐이크쉑 매장을 방문했다가 제품의 맛과 활기찬 분위기에 반했다고 알려졌습니다. 허 부사장은 쉐이크쉑 CEO(최고경영자)인 랜디 가루티를 만나 끈질기게 설득해 독점 사업권을 따냈습니다. 특히 쉐이크쉑 강남 1호점은 햄버거 메뉴로는 이례적으로 오픈런을 처음 만들어낸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도입 초창기엔 쉐이크쉑 강남점 매출이 전 세계 매장 중 최고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국내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면서 7년 전 2곳으로 시작했던 매장이 지금은 무려 25곳으로 늘어났습니다.


[앵커]
Q. 프리미엄 수제버거에 대한 소비자들 평가는?
[기자]
단연 가격이 비싸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파이브가이즈의 경우 버거 단품만 해도 1만원이 넘고 감자튀김과 음료까지 세트로 주문하면 3만원이 넘어갑니다. 파이브가이즈는 기자회견에서 미국 현지 가격보다 저렴하게 판매한다고 홍보했는데 일부 주에서는 미국이 더 싼 것으로 나타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쉐이크쉑도 처음 들어올 때부터 지금까지 비싼 가격에 대한 불만이 계속되고 있고 고든램지 버거에서는 가장 비싼 버거가 무려 14만원에 달합니다. 또 수제버거 열풍이 이른바 반짝 '오픈빨'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새 브랜드를 들여올 때마다 오픈런이 유발되는데 버거 오픈런 원조인 쉐이크쉑도 지금은 줄 안 서고 먹을 수 있습니다. 파이브가이즈에 가는 길에 들른 슈퍼두퍼도 한산한 모습이었습니다. 초고가 마케팅이 현재 고물가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주범이라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초고가 마케팅이 위화감을 조성하는 등 장기적으로 사회 전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입니다.

(연합인포맥스 방송뉴스부 이민재 기자)

mjlee@yna.co.kr
※본 콘텐츠는 연합뉴스경제TV 취재파일 코너에서 다룬 영상뉴스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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