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새마을금고 뱅크런 우려로 정부가 총력 대응에 나섰습니다.

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권 릴레이 부실 우려가 확산하는 추세인데요. 홍경표 기자가 저축은행의 위기에 대해서 취재해봤다고요.
[기자]
저축은행은 과거 2011년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자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 빠지면서 대규모 부실 사태가 발생했는데요. 올해도 당시와 경제 상황이 비슷합니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폭탄이 여기저기서 터지기 시작했고요. 지난해 채권시장 '돈맥경화' 사태에 이어 롯데건설 PF, 올해 새마을금고까지 위기가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제2금융권에 속하는 저축은행도 빌려준 돈이 부메랑이 되는 '빚의 역습'을 당하고 있습니다. 과중한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커지고요. 경기 침체로 빌려준 돈을 못받게 되면서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건전성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앵커]
저축은행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네요. 저축은행 신용등급 전망도 낮아졌다고요.
[기자]
신용등급이라는 것은 기업의 자금 여력을 평가하는 지표입니다.

그런데 국내 신용평가사 3사가 상반기에 릴레이로 일제히 저축은행의 신용등급 전망을 낮췄습니다.

신용등급 전망이라는 것은 앞으로 재무 여건이 개선되지 않으면 향후 신용등급을 낮추겠다 이러한 의미인 것이죠. 한국기업평가는 최근에 OK저축은행과 웰컴저축은행, 키움저축은행, 바로저축은행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했습니다. 한국신용평가도 웰컴저축은행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했고요. 나이스신용평가 역시 OSB저축은행 신용등급 전망을 내렸습니다.

신용평가사들은 고금리 영향으로 조달비용이 증가했고요. 역시나 PF 건전성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앵커]
이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어떻길래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일까요.
[기자]
부동산 PF에 빌려준 돈. 대출이 과중하고, PF 사업이 부실화되면서 저축은행이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입니다.

주요 저축은행 12개의 지난해말 부동산 PF 대출 규모는 9조5천억원 규모인데요.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 비중이 225%로 다른 금융업종에 비해 지나치게 높습니다. 또 PF 시한폭탄이라고 불리는 브릿지론. 자기자본대비 브릿지론 비중이 평균 134%로, 증권업 평균 9%, 캐피탈사 평균 29%와 비교하면 과중합니다.

브릿지론은 본PF 공사를 이어주는 역할을 해서 다리, 즉 브릿지라고 부르는 것인데요. 본격적인 사업 전에 대출을 해주는 만큼, 사업이 착공되고 분양돼야 대출 원금과 이자를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둔화로 사업 진척이 잘 안되면 그대로 자금이 묶여버리기 때문에 부동산 개발 단계 중 가장 위험하다고 평가받습니다.

또 고정이하여신비율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고정이하여신이라는 것은 회수에 문제가 생긴 부실채권을 의미하는데요.
저축은행의 PF 고정이하여신비율도 증가세에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은행이 지난달 저축은행 건전성과 관련한 리포트를 냈습니다. 총 대출비중대비 부동산과 건설업 대출 비중이 저축은행이 28.4%로 은행이 13.2%인 것을 감안하면 차이가 크죠.
[앵커]
저축은행 부동산 PF. 괜히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아니네요. 그런데 저축은행에 빌린 돈을 못받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요.
[기자]
경기가 워낙 좋지 않아 사람들이 빌린 돈을 못갚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저축은행이 2금융권이다보니 개인들의 신용도도 높지 않아 리스크는 더욱 크죠. 게다가 금리도 워낙 높으니 이자 갚는 것도 힘들어졌습니다.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도 자금 사정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저축은행의 연체율도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추세입니다.

저축은행이 못받는 돈으로 처리하는 대손 비율도 높아져 자산건전성이 악화하고, 재무 리스크는 더욱 커지는 상황이 됐습니다.

[앵커]
저축은행에 겹악재가 겹치고 있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저축은행 실적도 하락 추세에 있다고요.
[기자]
저축은행은 올해 들어 금융업종 중에서 가장 큰폭으로 실적이 떨어진 업종입니다. 올해 1분기 업계 전체적으로 순손실을 내서 2014년 이후 9년만에 적자로 전환했고요.
이같은 실적 악화는 금리 상승과 부동산 PF, 연체율 등의 영향에 따른 것으로 분석됩니다.

저축은행은 법정최고금리 20% 한도에 막혀 신용도가 낮은 이들에게 대출을 해주더라도 금리 고점에 한계가 있습니다.

은행처럼 예대마진으로 이자 장사를 하기 힘든 구조인 것이죠.
또 돈을 빌려주는 사람들의 신용도도 낮기 때문에 돈 떼이는 비중도 크죠.
올해 거시경제 상황을 봤을 때 금리 인하가 힘들 것으로 보이는데, 부채의 역습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반기에도 수익성 회복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앵커]
저축은행에 어려운 상황이 겹치는 듯 합니다. 이 때문에 저축은행이 대규모 자본 확충에도 나섰다고요.
[기자]
최근에 자금 사정이 어려운 기업들이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서고 있잖아요. 저축은행도 마찬가지 상황이 됐습니다.

저축은행들이 최근 모회사로부터 잇따라 유상증자에 나섰습니다. 최근 1년6개월간 1조원 규모의 유증에 나섰고요.
수익성이 나빠지고 재무 건전성이 악화하자 선제적으로 모회사가 지원에 나선건데요. 모회사로부터 현금이 유입되면서 한숨 돌릴 수는 있게 됐습니다.

그리고 자산규모 1조원 이상의 저축은행은 BIS자본비율
위험자산 대비 자기자본비율 8%를 유지해야 하는데요. 이것이 지켜지지 않으면 시정조치가 발동돼 금융당국의 경영개입이 시작됩니다. 이에 대규모 자본 확충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하반기도 상황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무한정으로 돈을 투입하기는 힘들잖아요.
이 때문에 저축은행의 수익성과 자본건전성을 유심히 모니터링해야 할 듯 합니다.

[앵커]
저축은행에 위기가 닥친 듯 한데요. 과거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때는 상황이 어땠나요.
[기자]
새마을금고 사태로 인해 2011년 저축은행 사태를 떠올리시는 분들도 많을 것 같은데요
당시도 지금과 상황이 상당히 유사했습니다.

저축은행은 2000년대 중반 이후 부동산 시장 호황에 편승해 PF 대출을 크게 확대했는데요.
이러한 고위험 자산에 대한 공격적 투자는 대형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이어진 부동산 시장 침체 영향으로 PF 대출이 부실화하면서 2011년 이후 저축은행업계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진행됐습니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무려 30여개의 저축은행이 도미노처럼 무너졌고요.
다른 금융 그룹들에 망한 저축은행들이 인수했습니다. 당시에도 부동산에 저축은행이 대규모 자금을 투입했고요. 브릿지론 비중은 2010년 70%에 육박했습니다.

사업성 평가 없이 시공사의 지급보증 등에만 의존해 브릿지론이 수행됐고요. 여신심사능력이 미흡하고, 리스크관리는 비체계적이어서 거액여신도 거리낌 없었습니다.

또 일부 저축은행은 대주주와 경영진의 사익 추구를 위한 사금고가 되기도 해서 도덕적해이도 심각한 수준이었습니다.

당시 부산저축은행은 불법대출을 해주고 부동산뿐만 아니라 해외투자, 선박 등 묻지마 투자에 나서 결국 파산, 수만명의 예금피해자를 낳기도 했죠.
지난해도 부동산 경기 호황으로 저축은행들이 공격적인 부동산 투자에 나섰고요. 과거와 같이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질뿐더러, 시장이 금리 인상 충격을 받고 있어 부동산 PF가 뇌관으로 지목되는 상황입니다.

(연합인포맥스 방송뉴스부 홍경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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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콘텐츠는 연합뉴스경제TV 취재파일 코너에서 다룬 영상뉴스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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