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광제 교보증권 수석연구원

 

(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각종 투자를 주도하는 증권사에서 투기라는 단어를 언급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교보증권이 월간 부동산 보고서를 내면서 제목을 '투기의 시대, 상식적 판단이 필요'라고 붙인 점은 흥미롭다.

연합인포맥스는 30일 보고서를 작성한 백광제 교보증권 수석연구원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투기와 상식을 언급한 배경에 대해 물었다.

백광제 수석연구원은 언론에 보도되는 주택시장의 화려한 모습에 감춰진 이면을 사람들이 주목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지금 그렇게 좋은 상황이 아니고 현재의 경제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의 청약 열풍이 지속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인데, 사람들이 너무 밝은 면만 보고 그쪽으로 빠져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는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총 15개 단지가 분양됐고 이 가운데 14개 단지가 이른바 완판됐다. 청약 경쟁률도 2분기 평균 49.5대 1에서 3분기 들어서는 103.1대 1로 치솟았다.

이런 활황세를 보이는 서울, 경기 주택시장에서도 준공 후 미분양이 늘고 있다. 올해 1월 342호였던 서울의 준공 후 미분양은 6월 484호로 늘었다. 경기도는 같은 기간 595호에서 831호로 늘었다.

백 연구원은 "지금 입주하는 아파트들은 2년 전 100대 1천200대 1의 경쟁력으로 청약받은 이들"이라면서 "그런데 입주장에서 준공 후 미분양이 늘어난다는 것은 분양받은 사람들이 계약금 내고 다음 사람에게 넘길 때까지의 자금은 있지만 입주할 때의 자금은 못 맞추는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백 연구원은 "이 시장에서 지금 '간다 간다' 하는 말에 불나방처럼 청약시장에 뛰어 들어 다음에 전매하면 되지, 이런 생각을 갖는 게 맞느냐 이런 의미에서 상식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20·30세대가 상황을 너무 쉽게 판단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는 지점도 있었다.

백 수석연구원은 "2030들이 최근 서울 아파트 매수를 주도하고 있는데 지금은 경제 위기가 사회에 표면적으로는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무역적자가 연속된다든지, 보이지 않는 곳의 희망퇴직이라든지 실제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50년 대출이 각광받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30년도 무리라고 보고 있다. 그동안에 현금흐름과 직장을 유지할 수 있는지, 부동산같이 유동화시키기 어려운 자산을 들고 가는 것이 과연 현명한 판단인지 등을 고민해봐야 할 시기가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 교보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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