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장 문제로 유동성 확보가 관건이 된 건설업계에서 오히려 토지보유를 늘리는 건설사가 있어 눈길을 끌었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주요 건설사의 3분기보고서를 살펴보면 일부 건설사의 보유토지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HDC현대산업개발은 3분기 취득원가 기준으로 재고자산에서 1조1천16억 원의 용지를 보유했다. 작년 3분기 재고자산 중 용지는 5천218억 원이었다.

작년 하반기부터 주택시장이 급격한 거래둔화와 가격 하락 등의 부침을 겪으면서 대우건설, GS건설 등 주택 강자들의 용지 보유 규모가 소폭 줄어든 것과는 대조적이다.

중견건설사 중에서는 부산에 자리잡은 동원개발이 눈에 띄었다. 동원개발은 3분기 5천988억 원의 용지를 보유했는데 1년 전 3천844억 원에서 대폭 증가했다.

공격적인 토지확보로 사세를 키워나가며 한때 대우건설 인수전까지 참여했던 대주건설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문을 내린 데에서 보듯, 유동성 위기 시기에 토지보유를 늘리는 것은 상당한 위험을 동반한다.

다만 위기를 버텨낼 만큼의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건설사가 공사만 담당하는 주택도급공사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률이 5%라면 직접 토지를 매입해 시행하는 자체사업은 이익률이 10%에서 15%에 달하기 때문이다.

3분기 말 기준 HDC현대산업은 현금성 자산과 단기금융상품 등 7천억 원을 확보하고 있으며 부채비율도 130.5%로 작년 말 대비 22.3%포인트 감소했다.

동원개발은 3분기 영업적자가 부담스럽지만 순차입금이 마이너스를 보이는 데다 유동비율도 400%에 육박하는 등 유동성 부담과는 거리가 있다.

HDC현대산업은 그동안 자체사업 분야에서 강자로 군림해왔다. 6천500세대의 주택을 공급한 수원 권선지구, 충북 청주 가경홍골지구 등 도시개발사업 이력을 지니고 있다.

현재는 사업비 4조5천억 원 규모의 H1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노원구 광운대역 일대 15만㎡의 철도시설 부지를 재탄생시키는 사업인데 올해 3분기 재고자산 중 용지가 늘어난 것도 H1사업의 영향이다.

신영증권은 HDC현대산업이 의정부 주상복합, 용산철도병원부지, 공릉 역세권 단지 등 서울 주요 사업장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내년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서도 유일하게 분양할 수 있는 사업자로 주목했다.

동원개발에 대해서는 3분기 영업이익 적자로 운전자본 부담이 증가하는 점은 우려스럽지만 부채비율이 40% 내외로 안정적이어서 위험이 확대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박세라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용지는 사업추진 리스크까지 감안하면 가장 높은 리스크와 그만큼 높은 기대수익률을 가진 투자자산으로 볼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적당히 비싸지 않은 가격에 매입하고 견딜 수 있어야 하며 적당히 수익이 나는 시점에 수익을 현실화한다"고 분석했다.

박 애널리스트는 또 "부동산 경기 침체에도 오히려 용지 자산을 매입하는 기업은 오랜 업력을 바탕으로 부동산 사이클을 겪으면서 자체사업의 성공 공식을 체득한 기업"이라고 언급했다.

광운대 역세권 개발사업(H1프로젝트) 조감도
[출처: HDC현대산업개발]



spnam@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9시 36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