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12월은 많은 사람에게 한 해를 마무리하며 이웃을 돌아보는 차분한 시기로 기억된다.

한국전력 (CG)
[연합뉴스TV 제공]

 

불안하게 분초를 다투며 마음을 졸이는 것과 크리스마스는 어울리지 않는다.

이런 '계절적 미스매치'에서 2년째 벗어나지 못하는 기업이 있으니 바로 한국전력이다.

한전은 2021년 2분기부터 영업적자를 보기 시작해 재작년에 32조원이 넘는 손실을 보는 등 유례가 없는 재무 위기를 겪고 있다.

영업손실은 그 자체로 기업의 재무에 큰 부담을 준다. 특히나 사채 발행 한도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라는 점에서 한전의 골칫거리다.

한전은 구입한 것보다 싸게 전기를 팔면서 손실을 거듭하자 사채를 발행해 전력 구입비를 조달해왔다.

사채 발행이 곧 자금줄인 상황이기에 한전이 사채를 발행할 여력을 확보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길 수밖에 없다.

2022년 중반부터 한전채 발행 한도가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고 야당 반대로 한도 확대를 담은 한전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이 그해 12월 8일.

채권시장은 얼어붙었고 한전은 의원실을 찾아다니며 설득에 나선 끝에 해넘이 직전인 12월 28일 가까스로 사채 발행 한도를 늘릴 수 있었다.

그렇게 피 말리는 연말이 지나가고 시작된 지난해, 한전은 발행 한도를 또 건드리기보다 전기요금 인상이라는 정공법을 활용하면서 적자를 최대한 줄이는 데 매진했다.

원자재 가격 안정에 힘입어 3분기에는 흑자를 기록하는 등 최악은 지났다는 평가도 나왔으나 한전은 1년 만에 '한도 리스크'에 또 맞닥뜨렸다.

2023년 연간 적자로 올해 사채 발행 한도가 재차 줄어들 참이었기 때문이다.

한전은 이번엔 자회사들에 SOS를 요청했다. 자회사로부터 중간 배당을 받아 자본을 늘리는 방식으로 사채 발행 한도를 확보하겠단 취지다.

한전 자회사들은 12월 내내 정관 변경, 이사회 결의 등을 숨 가쁘게 처리했다.

이 과정에서 자회사 이사들의 볼멘소리가 나왔고 배당금도 당초 한전의 요구보다 8천억원 깎이는 부침을 겪었다.

중부발전을 끝으로 배당 결의가 마무리된 것이 지난달 29일. 지난해에도 새해를 목전에 두고서야 한전채 발행 한도에 숨통이 트였다.

증권가는 올해 한전의 영업이익을 5조4천억원 규모로 예상한다. 적어도 내년 사채 발행 한도가 더 쪼그라들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올해는 한전의 예상대로 흑자 전환하고 벼랑 끝에서 돌아 나와 마음 졸일 필요 없는 12월을 보낼 수 있을까.

연말마다 바람 앞 등잔불 신세가 된 한전을 이끄는 김동철 사장이 어떤 복안을 제시할지 주목된다. (기업금융부 이효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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