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양용비 기자 = 지난해 초 벤처캐피탈업계가 바라봤던 회수 시장의 전망은 어두웠다.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주식시장 불안정성도 확대되면서 상장을 통한 엑시트가 전년보다 힘들 것이라는 분위기가 우세했다.

회색 전망 속에서도 두드러진 회수 성과를 기록한 하우스가 있다. 지난해 회수한 금액만 1천287억원으로 투자원금 대비 3.18배의 차익을 기록한 하우스다. 이달 25일 상장을 앞둔 HB인베스트먼트다.

국내 벤처캐피탈 가운데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회수 성적을 기록하면서 '톱티어' 벤처캐피탈 반열에 오를 채비를 마쳤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영업이익률은 61.7%로 인력 수 대비 고효율을 내는 운용사로 거듭났다.

황유선 HB인베스트먼트 대표는 18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HB인베스트먼트의 지난해 말 운용자산(AUM) 대비 회수 비율은 약 22%에 이른다"며 "지난해 대형 벤처캐피탈의 AUM 대비 회수 비율이 10% 이내였던 것을 감안하면 매우 효율적으로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회수 효자 역할을 한 포트폴리오로는 HPSP(반도체 열처리 장비), 바이오플러스(더말 필러 생산), 뷰노(AI 의료기기), 와이팜(5G 부품) 등이 대표적이다. HPSP에 투자했던 192억원은 약 800억원으로 돌아왔다. 바이오플러스와 뷰노는 각각 투자 원금 대비 5배 이상, 와이팜은 3.2배의 멀티플을 기록했다.

황유선 HB인베스트먼트 대표
사진=HB인베스트먼트


그는 "하이테크와 바이오,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영역에 투자한 이후 시장 상황에 맞게 수립한 회수 전략을 가동한다"며 "지난해의 경우 바이오 분야의 주가가 주춤했던 만큼 하이테크 부문에 회수 역량을 집중해 리스크 분산 효과를 극대화했다"고 말했다.

올해에도 약 1천300억원 규모의 자금 회수를 기대하고 있다. 이미 증시 입성에 성공했거나 상장 대기 중인 포트폴리오만 10곳이 넘어 이 같은 회수 성과가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밀리의서재(전자책)와 슈어소프트테크(소프트웨어), 블루엠텍(의약품 온라인 유통), 코어라인소프트(의료AI), 에스바이오메딕스(세포치료제 개발) 등은 상장에 성공해 회수를 진행하고 있다.

황 대표는 "벤처캐피탈에서 최초로 단독 투자한 밀리의서재의 경우 첫 투자 당시 밸류에이션이 27억원이었다"며 "2021년 KT에 매각될 당시 주식을 일부 처분하고도 10.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이어 "블루엠텍과 코어라인소프트, 에스바이오메딕스는 회수를 진행하면서 600억원 정도를 확보한 상황"이라며 "투자 원금 대비 3배 정도의 성과를 이미 거뒀다"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약 8개 포트폴리오가 올해 내 상장을 목표로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케이웨더(민간기상예보)와 자비스앤빌런즈(세무회계 플랫폼), 아이씨티케이(보안칩), 엑셀테라퓨틱스(배양 배지 전문) 등 4곳은 현재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한 상황이다.

그는 "기술적 장벽이 높고 실적이 잘 나오지만 밸류에이션이 높지 않은 기업들에 투자한다는 원칙이 주효하고 있다"며 "지난 6년 동안 약 4천800억원을 회수했는데 이 가운데 65%가 상장을 통한 엑시트였다"고 강조했다.

HB인베스트먼트는 올해 1천500억원 이상의 펀드레이징을 완료하겠다는 목표다. 2개 펀드는 3월 결성을 완료하고 나머지 2개는 모태펀드나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의 출자 사업에 도전하겠다는 구상이다.

1999년 설립 이후 25년 동안 약 83개의 출자자(LP) 풀을 확보한 만큼 펀드레이징도 수월하게 진행하고 있다. 2020년 이후에도 신규로만 20곳이 넘는 LP를 확보했다. HB인베스트먼트가 결성한 펀드에 출자한 LP 중 33%는 재출자를 진행할 정도로 신뢰를 보내고 있다.

이에 황 대표는 "올해에도 AUM을 꾸준히 확대할 것"이라며 "코스닥 상장사, 금융기관 뿐 아니라 모회사인 HP그룹의 계열사에서도 꾸준히 출자를 해주는 만큼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달 25일 코스닥에 상장하는 HB인베스트먼트는 수요예측이 흥행했다. 공모가를 희망범위(2400~2800원) 상단을 21% 초과한 3400원에 확정해 증시에 데뷔한다. 공모를 통해 2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확보한 HB인베스트먼트는 보유 현금 약 100억원까지 더해 펀드레이징에 탄력을 내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현재 AUM에서 GP커밋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8%"며 "최근 결성하는 펀드에는 GP커밋으로 10%를 출자하고 있는데 이 비율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1년 HB인베스트먼트의 지휘봉을 잡은 황 대표는 국내 여성 벤처캐피탈리스트 가운데 가장 풍부한 경험을 보유했다. 고려대학교 산업공학과 박사 출신으로 일신창업투자와 삼성벤처투자, NHN인베스트먼트를 거쳤다. HB인베스트먼트에 합류 전에는컴퍼니케이파트너스에서 2014년부터 일했다.

yby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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