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첫날 '따블' 기록, 지난해 하반기 역대급 실적 반영

(서울=연합인포맥스) 양용비 기자 = HB인베스트먼트가 코스닥 시장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에이치비인베스트먼트(주) 코스닥시장 상장기념식
(서울=연합뉴스) 25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에이치비인베스트먼트(주) 코스닥시장 상장기념식에서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채남기 한국IR협의회 회장, 홍순욱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 황유선 에이치비인베스트먼트(주) 대표이사, 문성준 (주)에이치비콥 대표이사, 윤병운 NH투자증권 부사장, 강왕락 코스닥협회 부회장. 2024.1.25 [한국거래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 상장한 HB인베스트먼트는 장중 공모가 대비 2배 이상인 '따블'을 기록하며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지난해 상반기 추진했던 스팩 상장의 실패가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

지난해 상반기 HB인베스트먼트는 직상장이 아닌 스팩 합병을 통한 상장을 추진했다. 스팩 합병 상장은 벤처캐피탈업계 최초의 시도였다. 합병 대상은 코스닥에 상장돼 있던 NH스팩23호였다. 합병을 완료하게 되면 약 148억원을 사업 재원도 확보할 수 있었다.

스팩 합병 상장을 도모했던 것은 2022년 하반기부터 위축된 IPO 시장 분위기 때문이었다. 수요예측 흥행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스팩 순자산을 안정적으로 흡수해 증시 입성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했다. NH스팩23호의 발기인이 SBI인베스트먼트였던 게 문제였다. 합병이 이뤄지면 SBI인베스트먼트가 HB인베스트먼트의 주주가 되는 구조가 된다.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에선 창업투자회사가 다른 창업투자회사의 지분을 보유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NH스팩23호로는 스팩 합병 상장을 할 수 없는 셈이었다.

이같은 규정을 뒤늦게 인지한 HB인베스트먼트는 결국 지난해 5월 스팩 합병 상장을 자진 철회했다. 상장 과정에서 한차례 고배를 마신 HB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하반기 직상장 방식을 택했다. 수요예측과 공모 과정을 거쳐 시장의 평가를 받겠다는 판단이었다.

한 차례 상장 철회로 증시 입성 시기가 늦춰졌지만 이는 오히려 '약'이 됐다. 직상장 추진 과정에서 HB인베스트먼트의 지난해 실적들을 모두 반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역대 최대 회수 실적을 기반으로 한 경영 지표들을 시장에 선보일 수 있었다.

벤처캐피탈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에는 HPSP의 회수 실적이 모두 반영되지 않았다"며 "하반기 회수가 완료된 HPSP를 비롯해 와이팜 등 다수의 포트폴리오 회수 실적을 반영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192억원을 투자했던 HPSP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약 800억원 수준으로 엑시트했다. HPSP 뿐 아니라 다수의 포트폴리오에서 결실을 맺으면서 지난해 총 1287억원을 회수했다. 사상 최대 회수 실적인데 이는 벤처캐피탈업계 '톱10' 수준이다. 운용자산(AUM) 대비 회수 실적은 업계 1위라는 게 HB인베스트먼트의 설명이다.

이같은 성과들은 시장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수요예측 과정부터 훈풍이 불었다. 기관을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서 국내외 1천955개 기관이 참여해 경쟁률 838.81대 1을 기록했다. 공모가는 희망 밴드 상단을 초과한 3천400원으로 확정했다.

이에 따라 226억원의 공모자금을 모을 수 있었다. 스팩 합병 상장이 이뤄졌을 경우 흡수할 수 있었던 148억원보다 79억원이 불어났다. 직상장 목표 공모자금이었던 187억원과 비교해도 약 40억원이나 많은 수준이다. 스팩 상장 철회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이유다.

HB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올해와 내년까지 10개가 넘는 기업의 회수가 이뤄질 전망"이라며 "지난해에 버금가는 회수 성과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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