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필중 기자 = 치열한 상장지수펀드(ETF) 경쟁 속에서 비슷한 상품이 쏟아지자 한국거래소가 ETF 배타적 사용권 검토에 착수했다.

금융투자협회에도 비슷한 제도가 있지만, 사문화된 지 오래라는 점에서 거래소의 시도가 어떤 결과가 낳을지 관심이 쏠린다.

◇'ETF 베끼기' 살펴본다…의견 수렴 중인 거래소

21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ETF 배타적 사용권을 검토하고 있다. 모방 ETF가 많아지자, 이를 해결할 방안 중 하나로 지수 사용 독점권 등을 살펴보고 있다.

거래소는 2020년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KRX BBIG K-뉴딜지수' ETF의 배타적 사용권을 3개월 인정한 바 있다. 기존에도 사례가 있었던 만큼, 업계 의견을 청취한 뒤 제도 전반을 살펴본다는 입장이다.

ETF 시장은 선점이 중요하다. 특정 섹터를 선점해 상품 라인업 확대는 물론, 이를 활용한 마케팅까지 챙길 수 있다. 상품이 시장에 안착할 경우 후발주자와의 격차도 크게 벌릴 수 있다.

금리형 ETF가 그 예다.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각각 한국무위험지표금리(KOFR)와 양도성예금증서(CD)를 기반으로 한 ETF 시장을 선점한 결과, 금리형 상품의 80% 이상을 차지했다. 현재 금리형 ETF 시장 순자산 총액은 12조 원에 달한다.

◇금투협 사례로 엿본 배타적 사용권…업계 내 반발 불가피

2000년대 후반부터 금융사들이 내놓은 독창적인 상품의 배타적 사용권을 허용하는 금투협의 '신상품 배타적 사용권' 등 이전에도 비슷한 제도는 있었다.

금투협은 기존 상품을 단순 결합했다거나, 이미 학술지에 게재된 내용을 간단하게 구현하는 등 결격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 한 해 이를 인정했다. 심의하는 기관 역시 별도로 갖춰져 있다. 공모 펀드 기준으로는 각 운용사의 상품개발 담당자가 위원을 맡는다.

배타적 사용권 부여가 결정되면 금투협은 각 회원사에 공문을 내 최대 6개월까지 출시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한다.

문제는 독창성의 기준이다.

국내에서는 최초 출시라고 해도 해외에 이미 상장된 ETF와 구조가 비슷하거나, 명칭을 다르게 해 마케팅 차별화를 두는 경우 등 독창성을 인정하기 모호한 부분이 있다. 오히려 독창성을 인정하는 과정에서 업계 간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

실제 금투협 제도로 ETF 독창성이 인정된 사례로는 키움투자자산운용(옛 우리자산운용)의 '우리 KOSEF 통안채' ETF뿐이었다.

공모펀드로 확대해도 인정받은 사례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 주가연계증권(ELS)과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가 독창성을 인정받았다.

배타적 독점권을 인정받았던 BBIG K-뉴딜지수 ETF도 진통을 겪었다.

당시 운용업계에서는 BBIG(바이오·배터리·인터넷·게임)라는 단어도 언론에서 먼저 사용됐다며 거래소의 독점권 부여에 반발했다.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마케팅적으로 다르게 접근해도 독창성을 인정받는지 등 정해야 할 게 많고, 설령 자세하게 정의하더라도 그 틈은 있기 마련"이라면서 "지수 사업자와 독점 계약을 맺으면 운용사는 다른 비슷한 지수를 만들려고 해도 3~4개월의 기간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투협 심의위 내에서도 해외에도 비슷한 상품이 있거나, 사모펀드 형태로도 해봤다는 의견들이 나와 배타적 사용권을 인정받기 쉽지 않다"며 "운용사 입장에서 독점권 신청 유인이 크지 않다"고 부연했다.

그럼에도 배타적 독점권 등 과열된 경쟁 분위기를 식힐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자산운용사 다른 관계자는 "경쟁이 심화하면서 비슷한 상품이 쏟아지고 있어 제도적으로 보완할 필요성이 있다"며 "상품이 비슷하니 자연스럽게 보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는데, 배타적 권리를 인정하는 등 제도적인 장치가 나오게 된다면 보수 경쟁 역시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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