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천500억원 펀드레이징 목표…우주항공·AI 등 정조준"

정근호 스틱벤처스 대표
사진=스틱벤처스




(서울=연합인포맥스) 양용비 기자 = 엔데믹 시대, 모험자본이 주목한 분야는 바로 딥테크였다. 무섭게 치솟던 플랫폼 기업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 거품이 꺼지면서 반도체와 2차전지, 인공지능(AI), 로봇 등 딥테크 분야가 효자 투자처로 부상했다.

딥테크 분야는 초기 비용이 많이 필요하지만 원천 기술이 필요해 큰 결실을 맺을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했다. 진입 장벽이 높은 기술을 보유했을 경우 글로벌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그간 딥테크 영역 투자로 정평이 난 스틱벤처스도 올해에도 해당 영역에서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 신발끈을 조이고 있다.

스틱벤처스를 이끌고 있는 정근호 대표는 26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에도 딥테크 영역에 투자하기 위해 1천500억원 규모의 펀드레이징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딥테크 영역에서도 정조준하고 있는 분야는 우주항공과 원자력, 반도체, 의료신약, 2차전지, 로봇, 양자기술, 자율주행, AI 등이다. 스틱벤처스가 이미 투자 성과를 내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현대차그룹에 인수된 자율주행 기업 포티투닷은 스틱벤처스가 일찌감치 투자한 기업이다. 반도체 장비 기업인 기가비스, 인공위성 관제 기업 컨텍, CAR-T 치료제 전문 기업 큐로셀 등은 증시에 입성한 딥테크 투자 사례로 꼽힌다.

그는 "우주항공 분야는 컨텍 뿐 아니라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씨에스오 등을 포트폴리오로 편입했다"며 "올해 양자 통신 암호 기업인 큐심플러스에도 투자했는데 관련 분야 유망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투자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올해를 투자 결실의 해로 삼겠다는 게 스틱벤처스의 목표다. 지난해 증시에 데뷔한 포트폴리오만 7곳에 이른다. 상장 포트폴리오 7곳 가운데 5곳이 회수를 대기하고 있다. IPO(기업공개) 대어로 꼽히는 에이피알(뷰티테크)을 비롯해 코셈(주사전자현미경)이 수요예측에 나선다.

정 대표는 "토모큐브(홀로그래피 현미경)와 에스엠랩(2차전지 소재), 이피켐텍(2차전지 소재), 피오바이오(ADC플랫폼) 등 딥테크 포트폴리오 다수가 상장 트랙을 밟고 있다"며 "이 외 올해 상장에 도전하는 포트폴리오를 합치면 10곳 정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2천억원 밸류에이션에 투자한 에이피알은 현재 몸값이 조단위로 거론된다. 스틱벤처스는 에이피알이 상장하면 200억원 이상의 수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상장을 앞둔 코셈, 코스닥에 입성한 한빛레이저는 각각 투자 원금 대비 평가 차익만 각각 10배, 7배에 이른다.

그는 "에스엠랩은 펀드 만기 이슈와 맞물려 상장 이전에 지분 일부를 매도해 6배 정도의 수익을 기록했다"며 "지난해 스틱벤처스는 총 457억원을 회수했는데 올해 약 3배 수준인 1천400억원을 회수 목표로 잡았다"고 얘기했다.

회수 시장의 변수가 될 요소로 '중국'을 꼽았다. 최근 한국 시장의 침체는 미국, 일본 시장의 활기와는 대조적인데 이는 중국 시장의 침체가 영향을 끼쳤다는 판단이다.

정 대표는 "현재 미국, 일본 시장과 한국 시장의 괴리가 존재하는데 이는 중국과도 연관이 있는 것 같다"며 "한국 주식시장이 지금보다 더 떨어질 거 같진 않지만, 중국 시장이 살아나야 한국도 호황이 올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올해에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집중적으로 발굴할 것"이라며 "첨단 기술을 갖춘 기업뿐 아니라 일반 소비재 기업이라도 해외 진출 구조를 만드는 기업에 투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외 투자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해외 지사를 두고 있는 대만, 베트남에 이어 선진 시장인 미국으로 투자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미국 시장은 투자와 회수 측면에서 선진적인 시스템을 갖춘 만큼 꾸준히 진출을 추진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2021년부터 스틱벤처스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정 대표는 1999년 심사역의 길을 택한 이후 '스틱 원클럽맨'으로 지내왔다. 1967년생으로 서울대 불문학과·경제학 학사, 서울대 경영학 석사 출신으로 심사역이 되기 전엔 신한은행 전산실과 신한생명 자산운용부에서 근무했다.

2018년 스틱벤처스가 스틱인베스트먼트로부터 분할되면서 부대표 겸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맡았다. 대표적인 트랙레코드는 민앤지와 동운아나텍, 블루핀 등이 꼽힌다.

yby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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