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세부방안·기업 이행 계획 '구체성'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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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온다예 기자 =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예고에 기업 거버넌스(지배구조)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여느 때보다 뜨겁다.

전문가들은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정부가 내놓은 밸류업프로그램이 효과를 거두려면 기업 가치를 높이려는 기업 스스로의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는 이달 중에 밸류업프로그램의 세부방안을 발표할 예정인데, 세부방안에 얼마나 구체적인 내용이 담기느냐에 따라 시장의 향방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중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세부방안을 최종 확정한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달 17일 정부의 민생토론회에서 처음 언급됐지만 개괄적인 방향만 제시됐을 뿐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현재까지 상장사의 기업가치 개선 계획에 주가순자산비율(PBR), 자기자본이익률(ROE) 목표치를 포함할 것을 권고하는 방안이 유력한 가운데, 시장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국내 증시의 저평가 원인 중 하나로 낮은 주주가치가 꼽히는 만큼 정부 주도의 정책이 기업의 주주환원 정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우리나라에서도 세계 최고의 제품을 만들고 영업이익률은 높지만 ROE는 높지 않게 나오는 기업이 다수 있다"며 "대표적인 사례가 현대차"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PBR, ROE 산정 시 자기자본이 활용되는데, 자기자본을 낮추면 PBR과 ROE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기업의 자기자본 보유량이 과도하다며 기업 스스로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과도하게 자기자본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사람으로 치면 비만으로 비유할 수 있다"며 "적당한 자기자본을 들고 있으면 기업이 건강한 모습을 유지할 수 있는데, 자기자본이 넘쳐 영양이 과잉인 상태가 되면 비만이 돼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에서 운영이 잘 되는 회사들, 예를 들어 애플이나 코스트코 등은 자기자본을 항상 적정한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기업은 대부분 영양이 과도한 상태여서 살을 좀 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어떤 회사의 주식을 대주주가 20%, 소수주주가 80% 갖고 있다고 가정하면 그 회사 자기자본의 80%도 소수주주의 몫"이라며 "회사가 자본을 움켜쥐고 있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밸류업프로그램의 구체적인 모습은 나오지 않았지만 시장은 정책 기대감을 이미 반영한 모습이다.

PBR 1배 미만의 '저PBR' 종목에 매수세가 몰리며 은행, 보험, 증권 등 만년 저평가되던 업종의 주가가 급등하는가 하면 기업들도 주주환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분위기다.

올해 들어 이달 12일까지 상장법인 20개사가 공시한 자기주식 소각계획 규모는 총 3조1천751억원에 이른다.

한화투자증권은 "상장법인의 자사주 소각 규모는 2021년 2조5천426억원, 2022년 3조5천740억원, 2023년4조7천626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올해는 불과 2개월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소각규모가 3조원을 넘겼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시장이 정책의 기대감을 선반영한 만큼 정책 세부방안에 뚜렷한 방향성이 없다면 기대는 실망감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업 스스로 주주와 소통하고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시행방안을 갖추지 않는다면 실효성있는 정책 이행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PBR이나 ROE 등 목표치를 설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업이 스스로 어떠한 조치를 실행할 것인가를 따지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며 "목표치를 설정해두고도 그에 따른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그 목표치는 사실 의미가 없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이 정한 목표치가 합리적으로 설정될 수 있는지 따져보고 계획의 이행사항을 정기적으로 공시하도록 요구하는 정도가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이라며 "계획을 얼마나 실효성있게 실천할 수 있는지는 결국은 기업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황 연구위원은 정부 정책이 장기적으로 일관성을 가지고 유지돼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밸류업 프로그램이 증시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향후에도 계속 이어질지 아니면 한 번의 해프닝으로 끝나게 될지는 향후 나올 정책의 구체적인 내용, 기업의 실행 계획에 따라 갈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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