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건설업계의 자금 상황이 심상치 않다. 주택시장 호황기에 확장했던 사업장에서 공사비 갈등이 속출하며 미수금이나 미청구공사 등이 늘어 운전자본 부담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맏형으로 불리는 현대건설도 외형 확장의 대가로 미수금이 1조 원이나 증가하는 등 운전자본 부담이 전방위 확산하는 양상이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이달 21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공시한 감사보고서에서 지난해 연결기준 공사미수금이 3조3천232억 원이라고 밝혔다.

지난 2022년 공사미수금이 1조9천854억 원이었으니 1년 새 미수금이 1조3천378억 원, 비율로 따지면 67%나 증가한 셈이다.

공사금액이 매출액의 5% 이상인 대형사업장 중 미수금 현황을 살펴보면 해외 대형사업장이 다수를 이루고 있지만 국내 주택사업장도 눈에 띄었다.

개포주공1단지 재건축 사업장 696억 원, 송도랜드마크시티 A14블록과 A16블록에서 각각 295억 원과 619억 원의 미수금을 남겼다.

미수금은 아니지만 자금운용에 부담을 주는 미청구공사액이 큰 곳도 있었다.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장은 미수금이 없었지만 미청구공사액이 2천629억 원이었고 개포주공 1단지 재건축 사업장에도 686억 원의 미청구공사액이 있었다.

미청구공사 총액은 5조3천352억 원으로 1년 전인 2022년 3조7천347억 원보다 1조6천억 원 늘었다.

현대건설은 매출 증가 과정에서 미수금도 함께 늘었다면서 주의할 정도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통상 매출 발생 뒤 2~3개월 뒤에 수금한다"며 "매출 외형이 전년 대비 크게 늘었고 수금 리드타임(실제 수금까지 걸리는 시간)까지의 미수금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미청구공사액도 매출규모에 비춰볼 때 2~3개월 정도로 적정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현대건설은 매출액이 연결기준 2022년 21조2천390억 원에서 2023년 29조6천513억 원으로 8조 원 이상 증가했다. 작년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도 4조2천56억 원으로 미수금이나 미청구공사가 부담스러울 수준은 아니다.

다만 현대건설에서도 목격된 운전자본 부담이 올해부터 건설업계에서 본격화된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현대건설은 업계에서 가장 우량한 신용등급인 'AA-'를 보유한 데다 보유현금도 넉넉하지만, 다른 건설사들은 사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신용평가업계도 건설업종의 운전자본 부담 증가를 주시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배포한 '주요 건설업체 2023년 잠정실적 점검' 보고서에서 "2024년 건설산업과 관련해 운전자본부담과 자금조달 등을 통한 유동성 대응능력 확보여부를 중점적으로 모니터링할 예정"이라며 "주택매수 관망세가 장기화될 경우 준공 후 미분양이 더욱 확대될 수 있으며 이는 건설사의 운전자본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한기평은 작년 3분기 말 기준 자사의 신용등급 보유 20개 건설사의 미수금이 약 31조4천억 원으로 전년 말 대비 25.4% 증가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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