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길어지며 LP 보수적 출자 기조 지속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고금리 장기화로 전반적인 사모펀드(PEF) 자금 모집이 주춤한 가운데 대형사로 출자가 쏠리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기관투자자(LP)들이 검증된 실적을 가진 대형 운용사로 출자하는 경향이 강해진 영향이다.

국내 최대 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는 현재 조성 중인 6호 펀드의 목표 금액을 최대 80억달러(약 10조4천억원)까지 바라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18일 사모투자 정보 업체 피치북이 최근 발간한 '사모시장 펀드레이징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PEF 자금 모집 규모는 5천540억달러(약 720조원)로 5천607억달러(약 729조원)를 기록한 2022년에 비해 소폭 감소했다.

고금리로 PEF 운용사의 투자 및 회수가 둔화하면서 LP의 눈높이가 높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전반적인 펀드레이징 난도가 높아졌지만, 실적이 입증된 대형사는 비교적 원활하게 자금을 끌어모으는 모습을 보였다.

피치북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PEF 자금 모집액 중 50억달러(약 6조5천억원) 이상의 '메가펀드'가 차지한 비중은 절반에 가까웠다. 이 비율은 2020년 약 33%에 불과했다.

지난해 PEF 규모별 자금 모집 비중
[출처: 피치북]

 

실제로 지난해 3분기 유럽계 PEF 운용사 CVC캐피탈파트너스는 286억달러(약 37조원) 규모의 사상 최대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펀드를 조성하는 데 성공했다. 4분기에도 브룩필드와 워버그핀커스가 120억달러(약 16조원), 173억달러(약 22조원)의 메가펀드를 클로징했다.

 

컨설팅 회사 베인앤컴퍼니는 최근 펴낸 '글로벌 PE 보고서'에서 "LP들은 매우 선택적(selective)이었다"며 "자금이 믿을 만한 대형 바이아웃 펀드로 흘러가는 동안 대부분은 펀드레이징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성과가 모든 것이다. 제한된 풀의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이토록 치열한 적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현상은 국내에서도 비슷하게 관찰된다.

약 300억달러(약 39조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국내 최대 PEF 운용사 MBK파트너스는 현재 6호 블라인드 펀드 조성 작업에 한창이다.

MBK파트너스는 본격적으로 펀드레이징에 돌입한 지 약 6개월 만에 초기 목표금액 70억달러(약 9조1천억원)의 절반인 35억달러(약 4조6천억원)를 끌어모았다.

이달 초 공개된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의 하버드대 경영전문대학원 동문회보 인터뷰에 따르면 6호 펀드 규모는 80억달러(약 10조4천억원)를 목표로 한다.

MBK파트너스는 2020년 5호 펀드 조성 당시에도 초기 목표보다 30% 증가한 65억달러(약 8조5천억원)로 최종 결성을 마친 바 있다.

MBK파트너스는 올해 1조원 안팎으로 관측되는 국민연금의 정기 출자 사업에도 참여해 영향력을 과시할 것으로 점쳐진다.

MBK파트너스가 그간 평균 누적 내부수익률(IRR) 22%를 기록하는 등 우수한 실적을 보여온 만큼, 국내 최초의 '10조원 펀드' 탄생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다.

MBK파트너스
[출처: MBK파트너스]

 

운용자산(AUM)이 146억달러(약 19조원)에 달하는 한앤컴퍼니도 상반기 내에 4호 블라인드 펀드를 32억달러(약 4조2천억원) 규모로 최종 결성할 예정이다.

 

한앤컴퍼니는 지난해 4호 펀드 조성에 돌입하며 처음으로 국내에서 자금을 모집했는데, 국민연금과 사학연금, 우정사업본부 등 굵직한 출자 사업을 두루 따내며 두각을 나타냈다.

이 외에도 IMM프라이빗에쿼티(PE)와 스틱인베스트먼트가 2조원대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하고 있으며, UCK파트너스는 최근 1조원대 펀드 조성을 마쳤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국내외로 펀드레이징이 대형사 위주로 되고 있어 중소형 운용사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LP들이 보수적으로 출자를 하기 때문에 투자금 회수 실적 등 트랙레코드가 운용사를 고르는 기준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hs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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