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 "이사회 독립성 제고했다…찬성률 100% 문제 아냐"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금호석유화학[011780]을 상대로 주주제안에 나선 행동주의 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은 총수 일가로부터 독립되지 못한 이사회가 주주가치를 훼손했다며 이번 주주총회에 재선임 의안이 상정된 4명의 이사에게 해명을 요구했다.

 

반면 금호석유화학은 2020년 말과 비교해 이사회 구성원을 모두 교체하는 등 쇄신을 거쳤으며, 이사회 운영에도 문제가 없다고 맞섰다.

차파트너스자산운용
[출처: 차파트너스자산운용 홈페이지]

 

차파트너스는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금호석유화학은 2021년을 기점으로 이사회 구성원이 전원 교체돼 이사회 운영의 투명성과 독립성이 확보됐다고 주장하지만, (그 뒤로도 여러 주주가치 훼손 사례를) 막지 못했다"고 밝혔다.

 

차파트너스는 먼저 금호석유화학 이사회가 2021년 경영권 분쟁 발생 당시 시차임기제를 구축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시차임기제란 이사들의 임기 만료 시점을 분산해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맞서는 경영권 방어장치다.

차파트너스는 "금호석유화학 이사회는 2021년과 2022년 주주제안이 불가능한 시기에 급작스럽게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결의해 임기가 만료되지 않았음에도 사임한 이사를 대체할 이사를 선임하며 두 차례에 걸쳐 시차임기제를 도입했다"고 짚었다.

또 "2021년 6월 임시주주총회에서 선임한 고영도 사내이사의 임기 만료 예정일이 오는 6월임에도 이번 정기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할 수 있도록 자의적으로 임기를 변경했다"고 덧붙였다.

금호석유화학 이사회가 박찬구 회장의 불법취업과 고액의 보수 수령을 방기한 것도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차파트너스는 "박찬구 회장은 2018년 배임죄 유죄 판결 확정에 따라 2025년까지 특정경제범죄법에 따라 취업이 제한된 상태였음에도, 2018년 11월부터 2023년 4월까지 54개월간 불법취업 상태로 약 220억원의 보수를 수령했다"며 "이사회가 감시와 견제 역할을 전혀 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박찬구 회장은 배임 등 혐의로 기소돼 2018년 12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확정받았다.

이듬해 3월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로 취임했으나 법무부가 취업을 승인하지 않았고, 그가 제기한 취업 불승인 취소 소송은 2022년 10월 대법원이 원고 패소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박찬구 회장은 지난해 금호석유화학 임직원 중 가장 많은 21억원의 보수를 수령했다.

차파트너스는 금호석유화학 이사회가 박찬구 회장의 장남인 박준경 사장을 2022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데 만장일치로 찬성한 것도 문제 삼았다.

차파트너스는 "박찬구 회장 배임행위의 직접적인 수혜자인 박준경 사장을 2022년 임시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에 단 한 명의 이사도 반대표를 행사하지 않고 찬성했다"며 "이로써 이사회는 총수 일가의 경영권 강화에 일조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2021년 OCI와의 자사주 교환과 경영권 분쟁 소송 공시의무 위반, 자기주식 관련 공시 오류에 대해서도 이사회가 주주가치를 훼손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차파트너스는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에도 전략적 제휴를 내세워 자사주 교환 방식의 처분을 시도한 것으로 보이며, 향후에도 계속 시도할 것이 우려된다"며 "경영권 분쟁 소송의 제기 사실과 보유 자사주의 현황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임에도 견제와 감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금호석유화학그룹 본사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에 대해 금호석유화학은 홈페이지에 게시한 '정기주주총회 참고자료'를 통해 "차파트너스가 문제 삼고 있는 박찬구 이사는 2021년 5월 이사회에서 사임했고, 박준경 이사는 사법·행정적 이슈가 없는 이사"라며 "박준경 이사는 선임 당시 ISS 및 글래스루이스로부터 찬성 권고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또 "이사회는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고 사외이사 의장을 선임했으며, 주요 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해 이사회 독립성을 크게 제고했다"며 "사외이사 후보 추천 절차를 정비해 역량 있고 독립적인 후보자를 선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고 밝혔다.

이어 이사회 안건에 100% 찬성률이 나온 것에 대해서도 이사회 안건은 상정되기 전 충분한 사전 검토와 숙의가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오는 22일 오전 서울 중구 본사에서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한다.

금호석유화학 이사회는 사내이사로 백종훈, 고영도, 사외이사로 최도성, 이정미, 양정원 등 5명을 추천했다. 이 중 양정원 사외이사 후보자를 제외한 4명은 재선임이다.

반면 주주제안에 나선 차파트너스는 김경호 현 KB금융 이사회 의장을 추천했다.

또 차파트너스는 2년에 걸쳐 자기주식 전량 소각을 제시했지만, 이사회는 3년 동안 자기주식 절반을 소각하겠다고 맞섰다.

앞서 ISS와 글래스루이스 등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은 이사회의 손을 들어줬다.

hs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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