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자 배정 유상증자, 중대한 주가 희석 아냐"
법원, '긴급한 자금 조달 필요성' 인정 여부 관건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글래스루이스(GL)가 한미사이언스[008930] 이사회 측 후보 6인 선임 의안에 '전원 찬성'을 권고한 가운데 OCI홀딩스[010060] 대상 유상증자에 대해서도 합리적 근거가 있다고 평가해 눈길을 끈다.

임종윤·임종훈 사장 측이 제기한 한미사이언스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의 결론이 곧 나올 것으로 보여 법원의 판단에 이목이 쏠린다.

20일 한미약품에 따르면 GL은 전날 한미사이언스 이사회가 추천한 이사 후보 6인(임주현·이우현 사내이사, 최인영 기타비상무이사, 박경진·서정모·김하일 사외이사)에 대해 모두 찬성을 권고했다.

반면 임종윤·임종훈 사내이사 등 주주제안 측 후보자 5인에 대해서는 전원 반대를 권고했다.

글래스루이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측 후보 6인 전원 찬성 권고
[출처: 한미약품]

 


GL은 한미사이언스와 OCI의 통합을 구성하는 세 가지 기본 거래(구주 매각, 현물출자, 유상증자 신주발행) 중 회사가 당사자인 거래는 유상증자 신주발행뿐이라고 설명했다.

GL은 OCI홀딩스 대상 유상증자에 대해 "단일 금융 거래에 대해 허용할 수 있는 수준의 지분 희석"이라며 "주주들에게 중대한 주가 희석을 의미하지 않으며, 신주발행가액 역시 통합 계약 공지 이전의 시장가격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GL은 "한미사이언스는 이번 유상증자 수익금 중 1천억원을 차입금 일부 상환에 활용하고, 나머지 1천400억원을 운전자금으로 사용하겠다고 밝혔다"며 "회사가 처한 상황을 감안할 때 한미사이언스가 추가 자금 (조달을) 모색하는 것은 합리적 근거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GL은 한미사이언스가 통합 이후 추가 사업을 추진할 수 있고 재무구조 확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도 평가했다.

GL과 양대 의결권 자문사로 불리는 ISS는 약간 다른 시각을 제시했다.

ISS는 한미와 OCI의 전략적 관계 수립에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이 정도 규모의 거래 시 한국 법상 요구되지 않더라도 주주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에 대해 한미약품 측은 "한미사이언스 정관상 발행 가능 주식 수의 30%까지 이사회 의결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이번 통합 과정은 10% 미만의 신주를 발행한 것에 불과하다"며 "ISS가 당사의 정관을 확인하지 않은 채 의견을 낸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한미약품-OCI
[출처: 한미약품]

 


임종윤 사장 측이 지난 1월 법원에 제기한 한미사이언스의 OCI홀딩스 대상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의 쟁점은 이번 유상증자가 신기술 도입과 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상 목적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회사의 긴급한 자금 조달 필요성이 인정되면 유효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기존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침해한다고 해석되기 때문이다.

양측 변호인단은 두 차례 법원 심문에서 통합 결정 이전 시점에 경영권 분쟁이 존재했는지 여부와 긴급한 자금 조달 필요성을 두고 맞섰다.

지난 6일 두 번째 심문기일을 마지막으로 심문을 마친 재판부는 이르면 이번 주 안에 결론을 내릴 것으로 관측된다.

법원이 가처분을 인용해 신주발행이 취소되면 한미사이언스는 주주배정 유상증자 등 다른 선택지를 통해 OCI그룹과의 통합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OCI홀딩스가 한미사이언스 공개매수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한다.

만약 가처분이 기각돼 신주발행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한미-OCI그룹의 통합은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한편, 다른 국내 의결권 자문사들은 오는 28일로 예정된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를 두고 엇갈린 의견을 냈다.

한국ESG기준원(KCGS)은 전날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측 이사 6인 선임에 전원 불행사를 권고하고, 주주제안 측 이사 5인 중 사봉관 사외이사를 제외한 4인에 찬성을 권고했다.

ISS는 이사회 추천 후보 3인과 주주제안 후보 2인 선임에 대해 찬성을 권고했는데, 이를 두고 한미약품 측은 "통합을 전제로 ISS가 기계적 균형을 맞추고자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hs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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