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이후 이사회서 자율배상안 논의…늦어도 내달 초 윤곽
당국 압박 수위↑…배임 우려 해소가 '첫 관문'

 

홍콩지수 ELS 피해자들, 금융 사기 규탄 집회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홍콩 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주가연계증권(ELS) 손실에 대한 자율배상안이 은행권의 주주총회를 계기로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자율배상 압박을 지속하는 상황에서 우리은행이 선제적으로 자율배상에 나서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다른 시중은행들도 최대한 빨리 사태를 수습하겠다는 입장이다.

늦어도 내달 초에는 은행별 배상비율이 어느 정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별로 배상액이 수백억 원에서 조단위까지 거론되는 가운데 새롭게 구성되는 이사회와 주주들을 설득하는 게 첫 관문이다.

◇우리은행 첫 자율배상 나서…하나銀 동참할 듯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22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자율배상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홍콩 ELS 손실 사태가 불거진 후 배상과 관련한 이사회 첫 공식 논의로, 심의 및 결의가 마무리되면 구체적인 배상안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먼저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기준안을 받아들이며 자율배상에 나서는 것이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11일 투자자별로 투자손실의 0~100%까지 배상하는 차등 배상안을 내놨다.

기본 배상 비율은 설명의무, 부당권유 금지 등 판매원칙 위반 여부에 따라 23~50%로 정했다.

여기에 투자자별 가감 요인(±45%포인트(p))을 등을 더하고 빼는 방식으로 가·감산 요소를 반영해 은행들이 투자자별로 배상비율을 결정토록 했다.

우리은행은 총 배상액 규모가 최대 100억원을 밑돌 것으로 잠정 판단했다.

우리은행의 H지수 ELS 판매 잔액은 총 413억원으로 다른 은행들에 비해 매우 적은 편이다.

다음 달 12일 처음으로 만기가 도래하는 약 43억원 규모의 자사 판매 ELS 고객들을 시작으로 개별적인 배상 비율을 확정해나갈 방침이다.

하나은행도 전일 정기주주총회 직후 열린 이사회에서 H지수 ELS의 만기 도래 일정과 손실 예상 규모 등을 보고했다.

새롭게 구성된 이사진의 상견례 등을 위한 자리였지만, 최대 현안인 ELS 배상안에 대해 신속이 의사결정할 필요성에 공감하고 오는 27일 임시 이사회를 개최해 자율배상안에 대한 구체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하나은행은 이사회 심의와 결의가 마무리되는 대로 자율배상안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이날 열리는 은행 주주총회 및 이사회에서 자율배상안에 대한 의견 등을 주고받을 것으로 보인다.

NH농협은행과 SC제일은행도 각각 28일, 29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관련 현안과 법률검토 결과 등을 보고받을 예정이다.

◇배임·과징금 감경 등 변수 여전…주주 설득 남아

이들 은행은 H지수 ELS 판매액이 수조원대로, 금감원의 기준에 따를 경우 배상액이 최대 조단위까지 거론되고 있어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은 H지수 ELS 판매액이 8조1천972억원으로 가장 많고, 신한은행(2조3천701억원) 농협은행(2조1천310억원)도 2조원을 웃돈다.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압박과 사회적 분위기 등을 감안할 때 자율배상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분쟁조정기준안 수용에 따른 배임 가능성과 금감원의 과징금 제제 감경 방침의 불확실성 등 불확실성이 많아 사외이사들을 설득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금융당국은 자율배상이 배임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불완전판매에 대한 법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무작정 자율배상해야 한다고 밀어붙일 수 없기 때문이다.

자율배상 이후 주주들이 경영진 등 이사회를 상대로 손실 배상에 따른 배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데, 자율배상을 한 것이 은행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주 설득도 남은 숙제다. 외국인 주주 비율이 60∼70%에 달하는 상황에서 ELS 손실 배상 규모에 따라 배당 등 주주환원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계은행의 경우 본사의 리스크 정책상 어느 정도 손실 배상을 용인해줄지도 변수가 될 수 있다.

현재 각 은행은 배임 여부와 관련한 법률 검토를 진행 중으로 결과가 나오는 즉시 아사진에 공유하고, 신속하게 처리한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 한 재무담당 임원은 "ELS 손실 배상 문제로 시간을 끌면 끌수록 은행 이미지나 여론 등이 악화할 수 있어 최대한 빠르게 마무리하는 게 최선이라고 본다"면서 "은행과 경영진이 감내해야 할 고통"이라고 말했다.

[그래픽] 홍콩H지수 ELS 투자 손실 배상 기준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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