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조달 급한 퓨처엠, 조단위 유상증자 미뤄질 가능성에 무게

 

포스코그룹 '장인화호' 출범
(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장인화 포스코그룹 대표이사 회장이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제56기 포스코홀딩스 정기 주주총회를 마친 뒤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2024.3.21 kjhpress@yna.co.kr

 


(서울=연합인포맥스) 최정우 기자 = "100일 동안 듣는 시간을 가지겠다. 100일간 직원들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거기서부터 (새롭게) 시작하도록 하겠다"

 

21일 포스코그룹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된 장인화 회장이 취임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이야기다.

 

이날 '제56기 정기 주주총회'를 마치고 본사가 있는 포항으로 내려가 취임식을 갖는 장인화 회장은 포항뿐 아니라 광양, 여타 지역의 계열사들을 돌아다니며 직접 소통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인화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기에 앞서 소위 '허니문' 기간을 가지면서 임직원들의 의견을 청취한다는 취지다.

소통을 통해 철강과 이차전지 등 미래소재 사업 전략을 구상한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장인화 회장은 취임 이후 철강뿐 아니라 이차전지를 미래 '쌍두마차'로 삼겠다고 거듭 언급했다.

철강과 이차전지를 '미래를 여는 소재'로 규정하고, 국가 경제를 이끌 초일류 기업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다.

장 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이차전지 소재 사업은 10여년 동안 꾸준히 해온 사업으로 포스코의 신사업 전략 중 가장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무조건 성공시키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며 이차전지 사업의 고삐를 놓지 않을 것이란 뜻을 전하기도 했다.

과거 철강부문장 사장을 역임하며 '철강통'으로 평가받는 장인화 회장은 그간 제기된 이차전지 사업의 후퇴, 투자 계획의 변경 등 시장의 우려를 불식하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다만, 이차전지 핵심 계열사인 포스코퓨처엠과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기존 유상증자 계획과 관련 이렇다 할 실마리를 잡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신임 회장이 100일간의 소통 기간을 가질 것이란 말에 포스코퓨처엠의 유상증자 일정이 하반기 이후에나 다시 추진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포스코퓨처엠은 지난해 실적 발표 이후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중 대규모 유상증자로 설비 투자 및 미래 사업을 위한 자금을 확보할 것이란 계획을 알렸다.

증자 규모도 조단위가 될 것이라고 언급하며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이어갈 것이란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국내 증권사 등 증자 주관을 맡기 위해 일찌감치 영업력을 강화했던 IB 업계도 포스코그룹 지주사의 결정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이차전지 시장이 잠시 침체기에 빠졌지만 전기차와 친환경 등 미래 성장 방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자금 확보가 필요한 퓨처엠이 시장에서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계획된 자금 마련이 빠르게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포스코퓨처엠은 자금 조달이 시급한 상태다.

지난해 리튬 가격 폭락과 전기차 수요 증가폭 둔화 등의 이유로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78% 이상 급감했고, 시장 전망치인 1천363억원에 크게 못 미쳐 '어닝 쇼크'를 경험했다. 지난 4분기만 놓고 보면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100조원이 넘는 수주 잔고를 진행하기 위해 조단위 설비 투자가 수반돼야 하지만 곳간은 점점 비어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포스코퓨처엠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마이너스(-) 6천억원을 넘어섰고, 현금성 자산도 이전보다 절반 가까이 줄었다.

IB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퓨처엠은 지난해 초 자금 조달을 위해 국내 주요 증권사를 통해 포스코홀딩스와 합병하는 안까지도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최정우 전임 회장 당시 이차전지 사업을 전담하는 퓨처엠을 만들고, 전폭적인 지원을 하던 때라 IB업계에서도 주관 업무와 합병 전략을 짜는 구조화 작업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포스코그룹은 합병안을 잠정 철회하고, 유상증자를 통해 퓨처엠에 자금을 조달하기로 전략을 선회했다.

이런 상황에서 신임 회장이 선임되는 시기와 맞물리면서 손 놓고 분위기를 지켜봐야만 하는 상황이 됐다.

장인화 회장이 취임한 이후에도 향후 100일간의 소통 기간을 공식적으로 밝힌 만큼 상반기 안에 지주사의 투자 결정이 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퓨처엠의 유상증자 건은 장인화 신임 회장이 이차전지 사업과 관련 어떤 경영 전략을 짤지를 가늠할 수 있는 첫 단추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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