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완 전 상무, 2021~2022년 이어 세 번째 고배

장기보유 자사주 절반 소각은 성과 평가도

(서울=연합인포맥스) 이윤구 김학성 기자 =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011780] 상무가 세 번째 경영권 공격에 나섰지만, '찻잔 속 미풍'에 그쳤다.

 

금호석유화학 박찬구 회장-박철완 상무 경영권 분쟁 (PG)
[홍소영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그러나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의 조카인 박철완 전 상무가 개인 최대주주로서 꾸준히 목소리를 내는 만큼 경영권 분쟁 불씨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22일 금호석유화학이 진행한 정기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벌인 결과 박철완 전 상무가 제시한 주주제안이 모두 부결됐다.

금호석화 측이 추대한 최도성 한동대학교 총장도 사외이사로 선임되면서 박철완 전 상무 측이 완패당했다.

박 전 상무는 지난달 행동주의 사모펀드(PEF) 차파트너스자산운용과 손을 잡고 이사회의 독립성을 확립하고 총수 일가의 우호 지분 확보 목적 자기주식 활용을 방지하겠다며 주주제안에 나섰다.

주총 안건으로 2년에 걸친 자사주(18.4%) 전량 소각과 김경호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의 사외이사 선임 등을 주주제안했다.

금호석화는 차파트너스가 주주제안을 제출한 뒤인 지난 6일 장기 보유해 온 자기주식(18.4%)의 절반을 향후 3년간 소각하겠다는 주주가치 제고 정책을 내며 대응했다.

또 주총 참고자료를 통해 "자기주식 보유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를 인식하고 있다"며 "경영권 방어 등 주주가치에 부합하지 않는 형태로 처분하지 않을 것을 거듭 약속드린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사주의 보유 및 처분 계획에 대해 주주들과 투명하게 소통하며 우려를 불식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주제안에 대한 글로벌 연기금들의 판단이 엇갈렸지만, 9%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 등이 금호석화 측의 손을 들어줬다.

특히 차파트너스 측이 제안한 일괄 표결·다득표 방식을 사측이 예외적으로 수용한 가운데 압도적 표 차이가 났다. 출석주식 수 기준 정관 변경 건과 관련해 회사 측 74.6%, 주주제안 측 25.6%의 찬성률,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 건은 회사 측 76.1%, 주주제안 측 23%를 나타냈다.

현재 박찬구 회장과 장남 박준경 사장 등 회사 측 지분율은 15.5%이며 박철완 전 상무와 차파트너스 측은 10.1%를 보유 중이다.

이번 주총 결과에 대해 금호석화 측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은 석유화학업계의 현 상황에서 오히려 회사 미래 전략 재원을 일거에 소각하는 등 경영 불안정을 야기할 수 있는 주주 제안 내용의 오류가 검증됐다"며 "사실상 주주 박철완의 경영권 분쟁을 대리하는 소모적 행위를 지속하기보다는 불황을 극복하고 수익성을 극대화해 진정한 주주가치 제고를 모색하는 고민을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또다시 고배를 마신 박 전 상무는 2021년 삼촌인 박찬구 회장을 상대로 경영권 분쟁을 일으켰다가 패하고 회사에서 해임됐다. 2022년에는 배당 확대안과 경영진·이사회 변화 등을 제안했지만, 무산됐다.

박 전 상무는 지난해 금호석화그룹과 OCI그룹이 합작법인을 설립하면서 315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상호 교환하자 이를 경영권 방어 목적이라고 주장하며 처분 무효소송을 냈지만, 이 역시 패소했다.

특히 이번 주총을 앞두고 금호석화 측과 박 전 상무 간 경영권 갈등이 격화되기도 했다.

금호석화 측은 주주행동에 나선 차파트너스자산운용에 대해 "박철완 전 상무를 등에 업은 왜곡된 주주제안 펀드"라며 비판했다.

정부 주도의 기업 밸류업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전날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6에 그친 금호석유화학이 주주환원책을 강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 19일 "보다 많은 기업이 배당과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확대에 참여하도록 할 것"이라며 주주환원 증가액의 일정 부분에 대한 법인세를 깎아주고, 배당 확대 기업 주주의 배당소득세를 경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아울러 주주환원에 소극적인 기업들에 대한 행동주의 펀드의 관여를 계기로 그간 조직되지 못했던 소액주주와 기관투자자가 한목소리로 주주가치 제고를 요구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차파트너스는 당초 목표였던 자사주 전량 소각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회사의 전향적인 태도를 끌어낸 데 의미를 부여하는 모습이다.

김형균 차파트너스 본부장은 이날 연합인포맥스에 "결과적으로는 (주주제안이) 부결됐지만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주장이 알려지고, 회사도 이를 좀 더 심각하게 인지하는 등 과정이 의미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주요주주의 의결권이 3%로 제한되는(3% 룰) 분리 선출 사외이사로 김경호 후보자를 선임하는 데 실패한 것에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 본부장은 "의결권 자문사들이 개별 이사에 대해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으면 보통 반대를 하지 않는다"며 "질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형식적으로 (이사회 측 추천 최도성 후보자의) 결격 사유가 있는지만 판단한 자문사들의 의견이 조금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금호석화 대상 추가 주주 관여 계획은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금호석유화학그룹 본사
[출처: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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