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리테일 수요도 '뚝'…밸류업 증시 갔나

(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기자 = 금융권을 덮친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사태가 신종자본증권 발행시장까지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최근 진행된 금융지주 및 은행 신종자본증권 수요예측에는 ELS 직격타를 맞은 은행 신탁을 비롯해 증권사 리테일 계정에서 들어오는 자금이 부쩍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리테일 수요 감소한 신종자본증권…은행 신탁자금 위축 포착

2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최근 진행된 신한은행 신종자본증권 수요예측에는 총 7천480억원의 매수 주문이 접수됐다.

그 가운데 2천억원이 넘는 자금이 보험사에서 들어오는 등 높은 수요를 확보한 결과 4천억원까지 증액 발행할 수 있었다.

흥행에 성공했던 신한은행 수요예측이지만, 마감 1시간을 앞두고 보험사와 상호금융 등 앵커 투자자들이 들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마음을 편히 놓진 못했다.

은행 신탁 자금에서 들어오는 수요가 눈에 띄게 위축된 모습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신한은행 신종자본증권을 받아 간 명단을 살펴보면 은행 신탁은 단 1곳, 10억원 규모다. 특히 평소 신종자본증권을 활발히 담던 국민은행이 보이지 않았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은행 신탁자금 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커 신종자본증권의 앵커 투자자 중 하나로 꼽힌다. 각자가 속한 그룹의 발행물은 담을 수 없으니 서로가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에 크게 들어오는 편이다. 리딩뱅크를 두고 엎치락뒤치락하는 KB금융과 국민은행, 신한지주와 신한은행이 발행한 건이 신종자본증권 가운데 가장 우량해 선호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은행은 이번 신한은행 신종자본증권을 받아 가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ELS 여파로 인해 한 템포 쉬어가기 위한 숨 고르기인 것으로 전해진다.

홍콩H지수 ELS 판매액이 8조2천억원으로 가장 큰 국민은행은 지난 13일부터 판매된 계좌 8만여개에 대해 전수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올해 1월부터 7월 중 만기가 도래하는 H지수 ELS 투자 규모는 10조483억원에 달한다.

◇내려간 발행금리…'밸류업' 증시로 이동한 투심

작년 신종자본증권 흥행을 이끌었던 증권사 리테일 계정을 통해 들어오는 수요도 약해졌다.

증권사 리테일 계정에서는 신한은행 신종자본증권을 500억원가량 받아 간 것으로 파악된다. 전체 발행량인 4천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단 8분의 1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까지만 해도 증권사 리테일 계정은 신한은행 신종자본증권 수요예측에 응찰한 수요 7천390억원 가운데 절반을 차지했다.

발행금리가 기대에 못 미치는 영향이다. 이번 신한은행 신종자본증권은 연 4.19%로 발행된다. 연 5% 안팎이었던 지난해보다 뚝 떨어진 수준이다.

여기에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이후 증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일부 증시로 투심이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IB업계 관계자는 "금리하락 기대감에 따라 2천억이 넘는 보험사 앵커 수요를 바탕으로 총 7천억원이 넘는 수요를 모집하는 데 성공했다"며 "예전에 신종자본증권 발행물을 지탱하는 역할을 하던 증권사 리테일과 특히 은행 신탁자금 수요는 감소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hr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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