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회사채 시장의 극심한 수요위축이 지속하면서 최우량물로 통하는 SK에너지마저 장기물 발행을 포기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SK에너지는 발행 예정액을 2천억원이나 줄였고, 발행금리도 민평금리보다 높게 확정했다.

3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SK에너지는 이달 6일 3년물 2천억원과 5ㆍ7ㆍ10년물 1천억원씩 총 5천억원의 회사채 발행을 위해 지난달 29일 수요예측을 실시했다.

신용등급이 'AA+'로 최우량물인 SK에너지는 회사채 시장의 최근 상황을 반영해 투자자들에게 비교적 좋은 금리 조건을 제시하는 등 '수요 확보' 위주의 전략을 내세웠다.

그러나 결과는 역시 아니었다. 회사채 시장의 '경색' 현상이 최우량물 SK에너지도 피하지 못하게 했다.

3년물과 5년물로는 각각 1천800억원과 1천억원의 수요가 들어왔지만 7년물과 10년물로는 400억원씩만 들어왔다.

희망금리밴드 이내의 유효수요만 놓고 보면 결과는 더욱 좋지 않다.

3년물의 희망금리밴드는 '국고채 3년물 금리+(13∼28bp)'였는데 밴드 안에 포함된 유효수요는 1천억원에 그쳤다.

'국고채 5년물 금리+(14∼29bp)'의 밴드를 제시한 5년물로 들어온 1천억원의 수요는 모두 유효수요였다.

7년물과 10년물의 유효수요는 각각 100억원 밖에 되지 않았다.

SK에너지는 결국 7년물과 10년물 발행을 포기했다. 수요도 없는데 금리도 좋지 않게 발행할 이유가 없었다. 최근 미매각 처리에 골머리를 앓는 증권사들도 장기물 회사채를 떠안기에 부담스러웠다.

SK에너지는 3년물과 5년물만 발행하기로 결정하고 3년물 발행액을 2천억원에서 1천200억원으로 줄였다. 대신 수요가 비교적 좋다고 판단한 5년물은 1천억원에서 1천800억원으로 늘렸다.

이에 따라 총 발행액은 5천억원에서 3천억원으로 줄었다.

3년물과 5년물의 발행스프레드는 모두 SK에너지의 민평스프레드에 비해 높게 결정됐다.

3년물과 5년물의 스프레드는 밴드 상단인 28bp와 29bp로 결정됐는데, 수요예측일 기준 SK에너지의 동일 만기물의 민평스프레드는 25bp씩이었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시기적으로 연말이라는 부담도 있었지만, 그간 민평금리 이하로 발행되던 우량물이 발행액을 줄고 민평금리보다 높게 금리가 결정된 것을 볼 때 최근 시장이 얼마나 좋지 않은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pisces73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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