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윤구 기자 =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미국에서 제기된 급발진 관련 집단소송 해결을 위해 11억달러(약 1조2천억원) 배상에 합의하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에도 유사한 소송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현대ㆍ기아차 등 완성차업체들은 소송 리스크에 대비해 현금을 쌓아 둘 필요성이 커졌다.

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도요타는 지난해 3분기 말 10조6천156억원 가량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현금자산을 충분히 가진 도요타이지만, 배상금 마련을 위해 2억5천만달러(2천660억원) 규모의 펀드를 따로 조성한다.

폭스바겐의 경우 25조7천986억원으로 현금이 가장 많았고 벤츠 17조5천414억원, BMW 12조886억원 순서였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작년 3분기 현금자산은 각각 7조4천717억원과 2조5천258억원으로 약 10조원에 육박했다. 이는 혼다의 4조원 보다 많은 수준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와 함께 소송 리스크에 노출되면서 이들 업체가 내부에 돈을 더 비축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도요타의 배상합의 결정은 완성차업체에 의미하는 바가 크다. 치열한 자동차업체 경쟁 속에서 대규모 리콜사태로 나빠졌던 이미지를 개선하고 지루한 법정다툼보다 통 큰 보상으로 잃었던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ㆍ기아차도 미국에서 연비과장 논란으로 현재 8천450억원 규모의 집단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10조원에 육박하는 돈을 내부에 가진 현대ㆍ기아차에 부담되는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글로벌 완성차업체로 자리매김하면서 현지에서 예기치 않게 발생할 수 있는 사태에 대처하기 위해 현금성 자산을 비축해야 할 요인은 커졌다.

현대ㆍ기아차의 현금성 자산 증가는 미국에서 연비과장 논란이 터졌을 때 즉각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밑받침이 됐다. 현대ㆍ기아차는 연비 차이만큼의 유류비에 15%의 위로금을 추가해 현금으로 지급하는 보상 프로그램을 제시했다. 6년간 약 6천400억원 가량의 보상금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됐다.

보상 프로그램을 제시했지만, 현대ㆍ기아차가 현금성 자산을 선제적으로 쌓아두면서 소송과 관련한 리스크가 실적에 미치지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현대ㆍ기아차가 세계 자동차 업계 5위에 맞게 현금성 자산 비중을 계속 높이고 있다"며 "해외 판매가 늘어난 만큼 현지에서 리콜 사태 등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져 현금성 자산 비축을 통해 신속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도요타는 지난달 26일 미국에서 급발진 우려로 리콜된 차량 소유자들과의 소송을 끝내기 위해 11억달러를 배상하기로 했다. 이는 미국에서 자동차 결함과 관련해 지급된 액수 중 최대 수준으로 도요타와 렉서스 등의 차종을 보유한 1천600만명 가량이 대상자이다.

yglee2@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