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이효지 특파원 = 각국 중앙은행이 새로운 통화에 눈을 돌림에 따라 미국 달러화의 지준통화 적격성 논란이 다시 수면으로 떠올랐다.

많은 전문가는 중앙은행 차원의 달러화 이탈 현상이 달러화가 유로화에 대해 약세를 나타낸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유로화는 유로존 국채 우려라는 악재를 떠안고도 1.40달러 상단을 유지하고 있다.

씨티그룹 스티브 잉글랜더 스트래티지스트는 30일(미국시각) 보고서를 통해 "신흥시장과 아시아 국가들의 외환보유액 증가는 달러화에 계속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잉글랜더 스트래티지스트는 주요 신흥국 외환보유액 매니저들이 2010년 말 현재 약 6조달러의 외환보유액을 관리하고 있으며 외환보유액 증가율은 연율로 15%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씨티그룹의 계산이 맞는다면 신흥국 매니저들은 올해 관리할 보유액을 9천억달러 더 얻게 되며 이는 달러화 전망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잉글랜더 스트래티지스트는 중앙은행들이 외환보유액의 80%로 추정되는 달러화 자산 비중을 60%로 낮추고자 한다면서 달러화 자산 비중을 일정하게 유지하려 달러화 자산을 연간 1천800억달러어치 매각해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이 정도의 자산을 처분하더라도 외환보유액 내 달러화 자산의 절대치는 매년 3천600억달러씩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장 참가자들은 올해 들어 유로화가 이유 없이 강세를 보인 데 대해 중국 인민은행을 비롯한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외환보유액 다변화를 목적으로 달러화를 팔고 유로화를 샀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소시에테 제네랄 키트 저크스 스트래티지스트는 "중국이 달러화에 대한 유로화 경쟁력을 지키는 데 매우 관심을 갖고 있다"며 "최근 외환보유액 매니저들의 움직임을 보면 분명히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각국 외환보유액 구성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유로화 보유액의 매도가 크지 않고 제3 통화의 비중이 빠르게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대체 통화 중에서도 유로화나 스웨덴 크로나화가 혜택을 보는 반면 아시아 신흥국 통화가 국제 외환보유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으며 달러화 자산 비중도 여전히 60%대를 유지하고 있다.

애시모어 투자자문 오스민 맨뎅 헤드는 "달러화를 대신할 실질적인 대안이 없지만 달러화 지준통화 시대에 대한 출구전략의 기초 작업은 진행돼야 한다"면서 "달러화가 국제 금융 체계의 중심으로서 신뢰를 잃었으며 새로운 해법이 나와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hj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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