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증시전문가들의 평가로는 2007년 이전까지만 해도 세계의 큰손들부터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권 기업들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할인현상'이 극심했다. 그로 인한 피해가 가장 큰 국가중 하나가 대한민국이다.

일명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는 외국인 입장에서 한국 기업에 높은 투자위험률을 적용해 우리 기업의 시장 가치가 외국 기업 가치에 비해 저평가되는 현상이다. 이러한 현상의 가장 큰 원인으로 바로 `불안정한 남북관계', 즉 지정학적 불안이 자리잡고 있다.

주가의 가치를 나타내는 주가수익비율(PER)을 보면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한국 기업들의 PER는 신흥국 시장 보다도 낮고 선진국 PER의 50~60%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2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상장 기업의 PER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볼 때 평균 수준을 웃도는 선으로 상승했다. 오랫동안 지속됐던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거의 사라졌다고 증시전문가들은 풀이했다.

기업의 불투명성, 지정학적 리스크, 외환위기 탈출 등 우리나라 주식시장을 억누르던 디스카운트 요인이 해소된 영향에다, 외환보유고 확충, 재정건전성, 국가신용등급 상승 등으로 대외 신인도가 높아진 덕이다.

하지만 또 다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부추길 지 모를 대형 사건이 터졌다. 12일 정오께 강행된 북한의 3차 핵실험이 바로 그것이다.

복기해보면 북한이 사건을 일으킬 때마다 국내 금융시장에는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2006년 10월 북한 핵실험 때는 당일 코스피 지수가 2.4% 하락했고 천안함 침몰이 발표되던 2010년 5월20일 주가는 1.8% 하락했다. 북한 관련 부정적 소식은 금융 시장에서 즉각 표시가 나곤 했다.

하지만 이번 3차 핵실험 주가와 환율은 거의 움직임이 없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내성이 생긴 탓으로 풀이할 수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큰 동요없이 평상시와 다를 바 없는 움직임을 보였다. 외려 유가증권시장에선 1천억원 이상 순매수를 보이기도 했다.

물론 하루 당일 반응으로 속단할 순 없으나 과거와 같이 관련된 뉴스 속보에 시장이 흔들리던 모습은 없었다.

오히려 상당수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러한 도발보다는 김정은 체제가 흔들릴 경우 지정적학 리스크가 높아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여튼 이래저래 북한이라는 변수는 국내 금융시장엔 잠재적인 핵폭탄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다시 한번 상기할 수 있는 부분이다.

정부 당국은 각 부처별로 긴급회의를 갖고 대응책을 마련한다고 했다. 금융당국 역시 예견된 이벤트였던만큼 큰 영향이 없겠지만 불안이 확산되지 않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을 때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것은 한반도의 운명이 결코 이에 자유롭지 못하단 증거다.

한국 기업들의 가치를 현재보다 훨씬 끌어올려서 북한발 리스크가 코리아 프리미엄(Korea Premium)을 일시적으로 살짝 흠집내는 수준에 머물게 하는 것만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억울함을 상쇄하는 길일지 모른다. (산업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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