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2012년 금융지주사들은 조직 융합과 사업 다각화에 힘쓸 전망이다.

최고경영진 내분을 겪은 신한금융지주는 조직을 추스르며 내실 1위라는 위상을 굳건히 하는 데 힘쓸 예정이다.

외환은행 인수를 눈앞에 둔 하나금융지주는 '투뱅크 체제'를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하나금융은 1년여에 걸친 인수 과정에서 외환은행과 깊어진 감정의 골을 치유하는 데 노력할 계획이다.

KB금융과 우리금융지주는 사업 다각화를 꾀할 것으로 점쳐진다. KB금융은 적당한 인수ㆍ합병(M&A) 매물을 찾아나설 가능성이 크고, 우리금융은 올해 금융당국의 반대로 무산된 카드사 분사를 계속해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 '내분 봉합' = 신한금융의 '빅3'로 불리는 최고경영측 즉, 라응찬 회장과 신상훈 사장, 이백순 행장이 서로 고소고발하는 '신한금융 사태'는 올해 금융가의 최대 뉴스였다.

신한은행이 신상훈 사장을 배임과 공금 횡령 혐의로 고발하면서 시작된 신한사태는 결국 라응찬 회장과 신상훈 사장, 이백순 행장을 현직에서 물러나게 했고 금융지주 회장의 '제왕적 권력'에 대해 다시 고민하게 했다.

빅3가 물러난 후 한동우 씨가 신한금융 회장으로 취임하고 그룹경영회의를 신설해 개방형 의사결정 시스템을 구축했다.

신한사태를 촉발한 장기집권 시스템을 개편하기 위해 최고경영자(CEO)의 신규 선임 연령을 67세로 제한하고 연임할 때도 만 70세까지만 근무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지난 9월 단행된 인사에서 라응찬 전 회장의 측근들이 핵심 보직을 맡았으나 신상훈 전 사장계 인사들이 몰락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등 내분이 여전한 듯한 모습이다.

여전히 라응찬 전 회장의 '그림자'라는 지적을 받는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은 내년 3월 있을 신한은행 인사에서 서진원 행장을 연임시키겠다고 선언하는 등 본인의 색깔을 드러내려 애쓰는 중이다.

한동우 회장은 서진원 행장과의 '투톱' 친정체제를 바탕으로 내년 1월부터 기업금융 및 투자은행(IB) 관련 사업부문(CIB)과 자산관리 관련 사업부문단위 경영관리 체계 구축을 위한 매트릭스 조직을 시범 운용한다.

은행과 증권 등 자회사들의 유사업무를 사업부문(BU)으로 묶어 시너지 효과를 키우고 금융지주의 장악력을 높인다는 복안이다.

▲하나금융 '투뱅크 체제' = 하나금융은 2005년부터 추진해오다가 올해 종착역에 이른 외환은행 인수를 이른 시일 내에 마무리 짓고 투뱅크 체제를 안착시킨다는 계획이다.

투뱅크 체제란 외환은행을 하나은행과 함께 하나금융 산하에 독립적으로 같이 두는 방식이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를 완료하면 3분기 말 기준으로 224조원인 총자산이 331조원으로 커진다. 우리금융(372조원)과 KB금융(363조원), 신한금융(337조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서며 4대 금융지주 중 하나로서의 위상이 굳건해지는 셈이다. 그간 하나금융은 다른 금융지주에 비해 덩치가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외환은행 인수로 은행점포수가 650개에서 1천4개로 늘고 해외점포수가 10개에서 37개로 급증하며 영업망 확충과 글로벌 전략에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하나금융은 다만 지난 1년간 인수 과정에서 외환은행 임직원과 갈등을 빚으며 깊어진 '감정의 골'을 치유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게 됐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외환은행 직원들의 하나금융 인수 반대 이유에 대해 "자존심 때문일 것이다"고 진단한 바 있다. 하나금융은 김 회장의 이 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외환은행에 대한 물리적 인수와 함께 감성적 통합을 추진하며 과거 서울은행을 급하게 인수하며 빚었던 내부갈등을 재연하지 않으려 노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KB금융 '사업 다각화' = 지난해 말 기준 KB국민은행의 고객수는 2천571만명으로 우리(1천608만명)와 신한(1천577만명), 하나은행(880만명)에 비해 확연히 많다.

점포 수도 1천157개로 신한(979개)과 우리(940개), 하나은행(659개)을 압도한다.

덕분에 안정적인 개인금융 기반을 갖춰 지난 6월 말 국민은행의 은행계정 자산 총계는 253조5천490억원으로 우리(226조원)와 신한(216조원)과 비교가 되지않게 많다.

그러나 KB금융은 은행의 비중이 너무 커 금융지주라기보다는 큰 은행 같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실제로 KB금융의 상반기 비은행 이익 비중은 7.9%에 불과해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낮다. 민병덕 국민은행장은 지난 7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KB금융은 은행 비중이 크고 절대적인 반면 비은행은 너무 작다"며 "어윤대 KB금융 회장은 생명보험사와 증권사 인수에 참여할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어윤대 회장은 "생명보험사 추가 인수를 원한다. 방카슈랑스 전문 보험사라는 꼬리표를 떼고 종합 보험사를 목표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것이다"며 "2013년까지 KB금융그룹 내 비은행 수익 비중을 3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강조했다.

어 회장은 최근 "내년에는 마땅한 매물이 없어 M&A 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금융시장 상황이 안정되고 적당한 매물이 나오면 KB금융의 M&A를 통한 사업 다각화와 비은행 비중 높이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우리금융 '카드 분사' = 우리은행 역시 KB금융과 마찬가지로 사업 다각화와 비은행 부문 덩치 키우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3월 국민은행에서 카드사업 부문을 떼어낸 KB금융과 달리 우리금융은 우리카드 분사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우리카드 분사를 통해 카드사업 부문의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16일 "현재 우리금융은 증권 외에 비은행 부문에서 강한 것이 없다. 현재 80%에 가까운 은행 부문의 비중을 60%대까지 줄이고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겠다"며 사업 다각화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비은행 부문 강화의 최대 과제인 우리카드 분사는 차질을 빚고 있다.

우리금융은 우리은행 내 카드부문을 분리해 내년 초 카드사를 신설할 계획이었으나 금융당국이 분리방침에 난색을 보이자 승인신청서도 제출하지 못했다.

금융당국은 카드사들의 외형확대 경쟁으로 가계부채가 증가할 수 있고 우리금융의 민영화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업계 카드사를 추가로 허용하는 데 부정적인 입장이다.

우리금융은 카드사 설립을 위해 계속 노력할 계획이다. 이팔성 회장도 "우리는 우리금융 입장에서 회사 수익이나 시너지에 관심을 두지만, 금융위는 나라 전체의 카드산업이나 가계부채를 보기 때문에 시야가 다르다. 문제가 해결되면 금융위도 개별기업의 성장 전략을 보게 될 것이다"며 분사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되 시간을 갖겠다는 뜻을 밝혔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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