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신제윤 금융위원장 내정자가 인사청문회에서 발언한 핵심 키워드는 `약탈적 금융에 대한 반성'이라고 볼 수 있다.

그의 말처럼 만연한 '탐욕의 악순환'을 끊고 '금융위기 없는 나라'를 만들려면 `약탈적 금융'에 대한 제도적 보완은 필수다.

작년 한 해 정부 예산인 234조원의 네 배가 넘는 1천조원 안팎의 가계부채가 만들어진 배경과 해마다 늘어가는 신용카드부채 규모를 감안하면 일단 곳곳에 금융기관이라는 `갑'과 사용자라는 `을'의 공정하지 못한 관계가 형성될 수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일례로 대한민국 국민의 일 인당 신용카드 보유수는 작년 말 기준으로 4.6장이다.

대부분 급여생활자는 월급의 상당 부분을 전월에 쓴 카드 사용분에 대한 결제 용도로 쓴다. 그리고 일부 사용자는 여러 카드의 결제일차를 이용해 이른바 `돌려막기'도 한다.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고금리의 카드사 헤택(?)인 현금서비스를 포함한 카드대출을 일으킨다. 카드빚인 리볼빙 금액은 2009년 66조원대에서 2012년엔 78조원대로 늘어났다. 이 때문에 이자에 이자가 더해져 부채 총액이 늘어나게 된 측면도 크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물론 이렇게 해서 부채가 늘어나는 것은 소득에 맞지 않게 과소비를 미리 해버린 사용자의 책임이 절반인 건 두말할 나위 없다.

그러나 이 모든 금융거래 시스템의 상단에는 `갑'인 금융기관이 존재한다. 급하니까 도움을 주지만, 소비자가 견딜만한 임계 수준의 이자를 거둬간다. 결제일이나 결제 방식, 이자지급 방식과 각종 혜택마저 카드사가 결정하는 대로 따라갈 수 밖에 없다.. 당국이 여러 수단으로 소비자 보호장치를 마련했다지만 회사측은 제도의 빈틈을 찾기 마련이다. 최근 불거진 시중은행의 부당이자 취득이 대표적인 사례다.

하우스푸어 문제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 국민들 상당수가 부동산 가격의 상승을 지켜만 보고 있을 수 없어서 상당수가 무리하게 집을 사서 시세 차익을 노렸다는 건 사실이다. 냉소적인 견해로는 `누가 욕심부려서 투기적으로 집을 사랬나. 자신이 책임 져야지'라고 할 수 있다. 그 역시 맞는 말이다.

하지만 부채를 지고 집을 사게된 경위를 들여다보면, 상당수는 집 한두채로 노후자금을 염두에 둔 사람들이다. 집 없는 사람들은 주택을 사지 못하게 될까봐 불안을 느끼며 은행 대출에 의지해 `장밋빛 꿈'을 안고 무리하게 구입했다. 집값이 계속 오를 땐 은행 대출 이자쯤은 눈에 띄지도 않는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이 곤두박질 치면서 시세 차익은커녕 부채가 집값보다 많아진 `깡통주택'의 소유자가 되는 이가 늘어가는 실정이다.

정부의 주택정책 관리 실패가 결국 `하우스 푸어'를 양산하게 된 셈이다.

비판론자들은 이러한 현상의 기저엔 `약탈적 시스템'이 있다고 주장한다. 외환위기 이후 이 `신자유주의'의 이데올로기 아래 형성된 시스템이 교묘하게 자본력 약한 이들의 돈을 빼간다고 믿는다. 이론의 여지도 많지만 일단 크게 부정확한 주장으로 보이진 않는다.

빚을 양산하게 되면 궁극적인 파국을 맞는 건 소비자 뿐만이 아니다. 대출자를 나락으로 몰아간 모든 금융기관과 정부도 파국을 피해갈 순 없다. 오히려 `공동의 실패'를 맞게될 공산이 크다.

신제윤 위원장 내정자가 금융소비자 보호기구를 설립하고 금융소비자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건 지금이라도 이러한 시스템의 시정에 대해 정부가 적극 개입하겠단 의지로 비춰진다.

최수현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국민검사 청구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선상에 있다.

금융감독당국 새 수장들의 의지가 금융산업의 건전성을 도모함은 물론, 금융소비자들의 파탄을 제어하고, 더 나아가 닥칠지 모를 국가적 재앙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첫 걸음이 될 것으로 믿는다.

(산업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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