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번 주 국제금융시장의 키워드는 키프로스와 일본은행(BOJ)이다. 키프로스의 구제금융을 놓고 벌어진 불협화음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위기 재발 시험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BOJ 총재 취임 이후 일본은행이 어떤 행보를 내디딜지도 시장의 관심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키프로스 사태 왜 중요한가 = 키프로스는 유럽 변방의 지중해 작은 섬나라다. 키프로스가 유로존에서 차지하는 경제비중은 0.2%에 불과하다. 이런 이유로 일부 전문가들은 키프로스 사태의 영향력을 평가절하하기도 한다. 최악의 경우 키프로스가 구제금융을 받지 못하거나 유로존을 탈퇴하더라도 그 자체만으로 국제금융시장에 큰 악재가 되진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키프로스 사태는 향후 구제금융을 받게 될 유로존 국가들에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진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는 분석이 많다. 키프로스가 받을 구제금융 조건이 다른 유로존 국가에게도 확대적용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논란이 된 키프로스 구제금융엔 은행 뿐만 아니라 그 은행에 예금한 고객에게도 책임을 부여했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외신에서 통상 구제금융을 표현할 때 베일아웃(bail-out)이라는 말을 쓴다. 그러나 이번 키프로스 사태에는 베일인(bail-in)이라는 말이 등장했다. 베일아웃과 베일인은 엄연히 다르다. 베일아웃은 구제금융을 받은 은행에 돈을 맡긴 예금자를 보호해주지만 베일인은 보호하지 않는다. 망한 은행에 예금을 넣은 고객들도 은행과 공동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이다. 유로존의 맏형인 독일이 강력하게 이 방안을 주도했고 키프로스에 러시아계 예금이 많다는 점에서 유럽의 동서 갈등이 재연되는 등 상황이 복잡한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그리스 등 구제금융을 받고 있거나, 앞으로 받을지 모르는 나라들에게 이런 조건을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 키프로스에선 베일인 방식의 구제금융이 예고되자 뱅크런(대량 인출사태) 전망이 제기됐다. 유로존 3~4위 국가인 이탈리아와 스페인에 이러한 방식의 구제금융이 지급된다면 유럽 전역의 금융계는 패닉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국제금융시장은 이런 점을 미리 걱정하는 것이다. 어쩌면 이번 구제금융은 유로존에서 비중이 미미한 키프로스를 상대로 독일이 모의시험을 한 것일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키프로스 사태의 데드라인은 25일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25일까지 구제금융 합의가 성사되지 않으면 키프로스 은행에 대한 긴급 유동성 지원을 중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키프로스는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모임)과 구제금융 수정안을 놓고 재협상을 하고 있다.



◆구로다 긴급회의 열까 = 아베노믹스(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경기부양책)를 후방 지원할 구로다 체제가 20일 출범했다. 구로다 총재의 취임 기자회견 내용을 보면 전임자인 시라카와 마사아키(白川方明) 총재와 다른 면을 많이 읽을 수 있다. 그는 "양ㆍ질적으로 대담한 금융완화를 단행해서 2년안에 물가 2% 상승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했다.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일본의 디플레이션(장기불황)을 끝내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신중함을 중요하게 여기는 시라카와 총재보다 공격적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일본의 경기침체를 보는 아베 정권의 시각은 대략 이렇다. 일본의 불황은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신중한 일본인들이 오랫동안 경기침체가 계속되니까 돈을 쓰지 않고 모으기만 한다. 이런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서는 앞으로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확신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물가가 오를 것으로 생각하면 일본인들은 은행에 예금만 하지 않고 돈을 쓰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아베 정권의 2% 물가 목표는 너무 의욕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일본이 2년 후에 물가 2% 목표를 달성하려면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2년 연속 4% 성장해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2% 수준의 경제성장률을 예상한다면 2% 인플레 목표를 달성하는 데 5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시라카와 전 총재는 퇴임 회견에서 "거품경제의 시대에도 물가상승률은 1% 수준이었다"며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구로다 총재는 내달 3~4일 통화정책 회의를 첫 주재한다. 시장에선 그에 앞서 긴급회의를 열어 금융완화 정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만약 그렇다면 이번 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 구로다의 첫 정책은 자산 매입의 양과 범위를 확대하지만 미국 국채 등 해외채권은 포함되지 않는 수준으로 예상된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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