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는 한국을 대표하는 다국적 기업이다. 이들은 세계무대에서 경쟁기업들과 날마다 혈투를 치른다. 삼성과 애플은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놓고 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이고 있고, 현대차와 도요타는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인 북미에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다국적 기업은 그 특성상 많은 견제와 공격을 받는다. 국적 때문에 오는 거부감 때문이다. 1980년대 우리나라에 상륙했던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도 많은 견제를 받았다. 삼성과 현대차는 미국과 중국 등지에서 이러한 거부감을 없애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다. 미국과 중국 현지에 공장을 만들고 광고·홍보 예산을 아낌없이 투자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우리 증시에서 삼성전자와 현대차 지분의 절반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가지고 있다.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3260)에 따르면 8일 현재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49.71%, 현대차의 지분율은 46.48%다. 이들이 외국인들의 시선에 민감한 이유다.

글로벌 무대에서 활동폭을 넓힌 이들을 바라보는 세계의 시선이 예사롭지 않다. 최근 삼성전자와 현대차에는 중요한 대외 변수가 있었다. 삼성전자는 투자자들과 소통한다는 명분으로 애널리스트데이를 개최했다. 지분의 절반을 차지하는 외국인 투자자의 시선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도요타의 부활이 신경쓰이는 요소다. 외국인들은 도요타의 부활을 현대차에 위협으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삼성의 애널리스트데이와 관련해 외국인 투자자들은 행사 전부터 여러 요구사항을 늘어놓았다. 이들의 주된 관심사는 배당금 증액이다. 이에 화답해 삼성전자는 시가배당률을 1%로 종전보다 두 배 가량 높였지만 돌아온 건 '겨우 그 정도냐'는 박한 평가였다. 외국인 투자자를 사실상 대변하는 외신들은 경쟁기업인 애플(2.3%)의 배당률을 거론하며 삼성을 혹평했다. 삼성으로선 잔칫상 벌이고 비난받은 셈이다.

현대차는 아베노믹스의 직격탄을 맞을 위험에 처했다. 도요타는 상반기(4~9월) 영업이익이 1조2천554억엔(약 13조5천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6천937억엔)보다 81% 늘었다며 화려한 부활을 선언했다. 엔화 약세에 따른 이익이 약 5천400억엔(5조8천억원)이나 됐다. 작년과 비교해 늘어난 이익의 대부분이 환율경쟁력에서 온 셈이다.

도요타의 해외판매량은 총 8.8% 늘었고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 북미에서 도요타의 판매량은 2.9% 늘어나 아베노믹스의 핵심인 환율 효과를 톡톡히 봤음을 증명했다. 미국 시장의 최대 경쟁자인 도요타의 선전은 현대차에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다. 현대차는 미국 현지공장(앨라배마)을 가동해 유통·물류ㆍ노동비용을 줄여 대응하고 있으나 엔저를 무기로 한 도요타의 공습 때문에 힘겨운 상황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도요타의 주가는 작년 연말 이후 수직상승했으나 현대차는 상대적으로 정체상태에 머물러 있다. 도요타의 성장 그늘에 현대차의 선전이 묻힌 꼴이다.





(그림설명:2012년 10월 아베노믹스 이후 현대차(붉은선)와 도요타(검은선) 주가 비교)



우리나라 상장기업 이익의 절반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외부 경영환경이 녹록치 않다. 삼성은 애플의 저가 스마트폰 출시와 중국 후발주자들의 약진, 외국인들의 주주 환원 요구 등 헤쳐나가야 할 암초들이 많다. 애플은 故 스티브잡스 생전에 배당 요구에 일절 응하지 않았으나 그의 사후 팀 쿡 체제에 들어서면서 주주들의 배당 요구에 굴복했다. 삼성에 대한 외국인 주주들의 요구 역시 앞으로 강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도요타의 약진이 여간 신경쓰이지 않는다. 닛산과 미쓰비시 등이 아직 고전하고 있으나 일본의 1등 자동차 업체인 도요타가 아베노믹스의 과실을 모두 향휴하고 있다는 점은 미국 시장에서 직접 경쟁하는 현대차에 불리한 요소다. 현대차는 제네시스를 앞세워 렉서스에 대응하려 하고 기아차는 중저가 모델로 캠리와 맞서려 하고 있다.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보면 도요타의 부활은 현대차에 재앙이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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