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연의 전망대> 금융으로 본 국민연금의 미래
<배수연의 전망대> 금융으로 본 국민연금의 미래
  • 승인 2012.02.27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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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연 못 속의 고래. 국내 금융시장에서 국민연금이 차지하는 위상을 가장 함축적으로 설명하는 말이다. 기금 규모 350조원의 국민연금이 재채기만 해도 주식,채권,외환 등 국내 금융시장은 몸살을 앓는다.

전광우 이사장이 지난 24일 한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외화계정을 설치하겠다고 밝힌 대목도 비슷한 사례다. 국민연금이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와 협의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외화계정을 설치하겠다고 밝히자 서울 외환시장은 술렁거렸다.

국민연금의 외화자산이 45조원에 이르는 등 외환보유고의 10%가 넘는 규모가 외화계정으로 운용될 경우 국내금융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당장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는 해당 사안은 법률 개정 사안으로 검토한 바 없다고 전이사장의 발언을 정면 반박했다.

재정부가 연금이 외화계정을 가지는 데 따른 긍정적인 효과 등을 모를리 없다.다만 연금 입장에서만 외환정책을 운용할 수 없어 좀 더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게 재정부의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일이 아니라도 경제 관료들은 국민연금이 전 금융위원장 출신의 이사장을 영입한 뒤로 금융시장에서 잦은 노이즈를 일으키는 데 대해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사석에서 국민연금을 이대로 뒀다가 국가 경제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윤 전장관은 국민연금은 곧 GDP의 절반에 육박하는 500조원 시대를 맞는 등 재정 구축요인이 될 수 있는 공룡이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제 국민연금을 국가 재정 사이드에서 고민하고 운용할 때가 됐는 데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했다. 보건복지부 차원이 아니라 범 정부 차원에서 고민하고 개혁해야 하는 데 모피아들이 국민연금까지 자신들의 영향력 아래 두려고 한다는 오해를 산다고 하소연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최근 국민연금의 개혁이 향후 우리 금융시장의 또 다른 이슈가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우선 국민연금의 자산구성 등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채 듀레이션이 30년이나 되는 국민연금의 자산듀레이션이(3년 안팎 수준에 머무는 등) 너무 짧아 후세에 또 다른 부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최근 국민연금의 자산으로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 등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금리 기조가 고착화되는 가운데 20~30년 동안 연 5~6% 수준의 기대 수익을 보장할 수 있는 임대주택 사업이 국민연금으로서도 나쁠 게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국민연금이 하나금융지주에 사외이사를 파견할지 여부도 향후 국내 금융시장을 뒤흔들 대형 이슈 가운데 하나다. 하나금융지주의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사외이사 등을 파견하는 방식으로 경영에 참여할 경우 연금사회주의 논쟁을 촉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연금은 이미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의 지분을 상당 부분 확보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대기업 입장에서 정부보다 더 무서운 시어머니가 될 수 있다.

여야 정치권도국민연금을 지렛대로 재벌의 무분별한 사업 행태를 제약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의 잣대로 보면 국민연금은 내년부터 격동의 세월을 보낼 것 같다.(정책금융부장)

ne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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