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억 칼럼> 가요무대
<최기억 칼럼> 가요무대
  • 승인 2014.01.28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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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신년 벽두부터 "통일은 대박"이라는 화두를 곱씹다가, 향후 통일시대에 민족의 정서를 소통시키고 통합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할 TV 프로그램은 뭐가 있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비용을 가장 적게 쓰고 남북한의 통일 인프라를 구축하는 방안 중의 하나는 같은 민족 정서의 뿌리에 호소하는 대중음악에 대한 투자와 전파도 중요한 하나의 수단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다.

남과 북은 언어와 역사가 같아 정서의 유전자가 동일하기에 70년 분단체제에서 생긴 이질감 해소에 특히 음악의 위대한 힘이 깊게 파고들 여지는 무궁무진한 것 같다.

지난 몇 년 동안 한국의 TV 방송 영상물 제작 수준은 양적 질적으로 상전벽해가 됐다. 사색 거리를 주는 다큐멘터리, 수준 높은 힐링 드라마, 여러 직업군의 실생활과 이웃의 삶을 진솔하게 간접 체험하게 하면서 국민통합의 기폭제 구실을 하고 있다. TV가 더는 바보상자가 아니게 됐다.

통일 시대를 앞당길 대표적 영상 프로그램 중 하나는 단연 매주 월요일 저녁 10시에 방송되는 KBS 1TV의 '가요무대'를 꼽고 싶다. 이 프로그램은 그동안 수많은 PD들이 거쳐 갔지만, 민족 감성의 바닥을 흐르는 '한(恨)을 집요하게 감성적으로 다루고 있다.

1920년-1950년대 해방과 전쟁이전 히트곡들, 남한이 현대화되기 이전 1960년대 70년대에 공유했던 가요가 주종이다. 최고 수준의 오케스트라, 고급스러운 무대 조명, 세련된 무용단과 합창단이 힘을 보태고, 매주 출연하는 가수들은 구성지고 간드러진 당대의 절창이다. 특유의 구수한 입담을 녹이는 진행 아나운서의 역할도 기분을 즐겁게 해준다.

트로트에 대한 일부 지식인들의 폄훼에 대해 이 프로그램의 제작자들은 이렇게 일갈할 것 같다. '이탈리아의 칸초네, 프랑스의 샹송, 미국의 컨트리, 일본의 엔카가 있다면 한국에는 트로트가 있다. 이 프로그램은 남한의 대중 정서뿐만 아니라 향후 북한과의 통합에도 디딤돌을 놓는 역할을 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이해관계가 재정리되기까지 남북통일은 예상과 달리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장기 프로젝트가 될 공산이 큰 만큼, 통일의 그날이 올 때까지 남북 간의 소통 비용을 낮추는 민간 인적교류, 문화의 교류 노력은 지속 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종류의 프로그램에 국가와 민간은 돈을 쓰는 데 아끼지 말아야 할 것 같다.

전문가들은 현재까지 쓴 독일 통일의 비용은 전쟁을 통하지 않고 동독의 토지와 인구를 획득한 것을 생각하면 공짜나 다름없다고 한다. 전쟁을 했더라면 인명과 재산의 피해, 전후 복구 비용과 심리적 공황과 후유증 치유까지 엄청난 비용을 치렀을 것이지만, 현재까지의 통독 비용인 3조 유로는 거저먹은 것이라고 분석한다. 독일의 통일은 구소련의 붕괴로 말미암은 냉전의 와해가 직접적인 역사적 배경이지만, 서독이 그 이전부터 오랫동안 동독과의 문화와 정서의 공유에도 많은 투자와 노력을 기울인 데에 힘입었다.

새해에도 매주 월요일 저녁 10시에는 일찍 귀가해서 '통일은 대박시대'의 대표 콘텐츠라 할 수 있는 '가요무대'를 계속 시청할 것 같다.

지인 분들은 밤늦게 전화해서 "지금 뭐해, 거기 어디여, 노랫소리가 들리네, 노래방이여?"라고 묻지 않기를 기대한다.

(취재본부장/이사)

tscho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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