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한진해운이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3천900억원의 회사채 차환을 지원받고자 신속인수제를 신청했으나, 산업은행의 인수 물량을 두고 신용보증기금이 불만을 노출하면서 성사 여부에 난항이 예상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내달 8일 1천800억원, 6월27일 600억원, 9월30일 1천500억원 등 총 3천9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자 차환을 지원받기 위해 주채권은행인 산은에 지난달 말 신속인수제를 신청했고, 채권 은행과 신보, 금융투자업계(회사채안정화펀드) 등 차환발행심사위원회 구성 기관들에 최근 1차 설명회를 가졌다.

간사은행인 산은은 이달 18일 차심위(서면결의)를 열어 한진해운에 대한 신속인수 승인 여부를 결정지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차환 회사채 가운데 가장 많은 규모를 인수하는 신보가 산은의 인수 물량과 관련해 이의를 제기하면서 꼬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동부제철의 신속인수 지원 과정에서 채권 은행과 신보가 첨예한 갈등을 빚으면서 승인 일정에 차질이 생겼던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한진해운은 신속인수제 신청을 통해 지원 받고자 하는 3천900억원 가운데 20%인 780억원을 자체 상환한다.

나머지 80%인 3천120억원을 산은이 인수한 뒤 이 중 30%인 936억원을 채권 은행이 다시 나눠 인수하고 신보는 60%인 1천872억원을, 금투업계는 10%인 312억원을 산은으로부터 인수한다.

채권 은행은 산은과 정책금융공사, 농협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국민은행 등으로 구성돼 있으나 익스포저 비율(은행연합회 CRT기준)로는 산은이 절반을 넘는다.

결국 산은은 채권 은행이 인수하는 936억원 가운데 50%가 넘는 510억원 가량을 가져가게 된다.

하지만 신보는 산은이 인수하는 물량이 너무 적다면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산은이 이미 상당 규모의 한진해운 회사채를 갖고 있는데 신속인수를 통해 되레 보유 규모를 줄이고, 다른 채권금융기관들은 산은이 보유했던 회사채를 차환해 주면서 떠안는 꼴이 됐다는 게 신보의 주장이다.

한진해운이 신속인수를 신청한 회사채는 모두 2011년에 발행한 것들인데 당시 산은은 인수단으로 참여해 총 1천200억원 어치를 인수했다.

신보의 주장대로라면 산은은 한진해운 회사채 보유 규모를 700억원 가량 줄이게 되고 이를 다른 기관들이 떠안는 셈이다.

신보는 산은이 아직 보유하고 있는 물량은 자체적으로 차환해 주고 나머지 물량만 차심위 다른 기관들이 인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보 관계자는 "인수 물량 배정과 관련해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산은에 문제를 제기했으나 아직 별다른 답변을 받지 못했다"며 "아직 확정짓지 못했으나 일부 기관에서도 불만이 있어 공식적으로 문제화할 지 여부를 두고 검토중이다"고 말했다.

산은은 신보의 주장에 반박하고 있다. 2011년 당시 인수했던 한진해운 회사채를 여태 모두 보유하고 있지 않을 뿐더러 제도를 도입하면서 채권금융기관 사이에 맺었던 협약 사항에도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산은 관계자는 "이해 관계가 서로 다른 기관들이 제도를 원활하게 운영하기 위해서는 당초 약속한 협약에 근거해야 한다"면서 "신보의 주장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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